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서구의 부모가 자신들의 역할을 각자 유연하게 변형하고 조절해가는 데 비해 우리는 가정의 일, 양육의 의무를 엄마 혼자 떠맡고 있다. '개인'으로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다. 그래서 '포함'하는 엄마의 역할을 바꾸고 싶다는 요구도 하지 못한다. 남편도 개인으로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주자. 그게 진짜 자식을 위한 사랑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넘치는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이다. 나는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마음도 그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사랑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지나친 관심은 심한 애착 관계를 형성할 우려도 있는데, 요즘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사교육비를 위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당연한 진리가 되어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자식은 부모의 투자대상이 된 듯하다. 모든 부모가 그런 것은 아니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솔직히 나는 학업에 대한 압박감은 별로 느껴보지 못했다. 엄마는 항상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책이 좋으면 좋은 거고, 그림이 좋으면 좋은 거라는 식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신 것이다. 왜 공부를 안하느냐고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으셨던 엄마… 그래서인지 나는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라는 책의 내용이 거북스럽기만 하다. 왜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말이 나왔을까?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양육했는가에 따라 아이 삶의 가치관이 달라진다. 그 가치관은 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정정할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면 평생 안고 갈 틀이 된다. 맏이로 태어난 딸은 엄마의 대변인이 되고, 나름대로 엄마를 짊어지고 살려는 삶의 가치관을 갖기 마련이다. 엄마 품에 있을 때는 엄마의 혀가 되어 동생을 대신 다스리고, 엄마의 마음을 기쁘게 해줄 궁리를 한다.」- 본문 중에서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엄마의 지나친 욕심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엄마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저 조금만 참고, 조금만 기다려주면 된다고 말하는 책일 뿐이다. 특히 첫아이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자식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부모가 바라는 것이 너무 많은데 자신이 그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자식의 입장에서 얼마나 괴로울까? 엄마는 사랑이라고 주었는데, 자식은 그것을 상처로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모는 자식을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항상 초조하다. 행여나 자신의 아이가 낙오자가 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이 모두 돈을 잘 벌 수 있게 태어나지 않았다. 어떤 아이는 감성이 더 발달되었고, 어떤 아이는 공부를 더 잘하고, 어떤 아이는 다른 이들을 더 잘 이해하는 재주를 갖고 태어난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서로 도와가며 조화롭게 산다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돈과 권력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엄마가 자녀를 들볶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오롯이 혼자 모든 걸 다 해내는 사람으로 키워내려니 얼마나 힘이 들까?」- 본문 중에서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엄마의 막중한 노고로만 아이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고 성숙의 길을 걸으면 된다. 이렇게 단순한 일을 엄마들은 아이보다 더 무겁게 느낀다."(p.64) 나는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자식을 언제 깨질지 모르는 도자기처럼 다루는 부모는 거북스럽다. 어쩌다 떨어트려서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고 오랜 기간동안 보수공사를 해야 할 만큼의 고통이 뒤따를지라도 과감하고 냉정하게 자식을 키우고 싶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성장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서 느낀 바에 따르면, 이 시대의 엄마가 지녀야 할 능력은 바로 결단력과 인내력이 아닐까 싶다. 버려야 할 것은 지나친 욕심과 조바심이 될 것이다. 이 책과 함께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아빠 양육>이라는 책을 동시에 읽어보았다. 서로 아빠와 엄마의 양육법에 대하여 논하고 있어서 비교도 해보고 내용이 겹치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어서 꽤 흥미로웠다. 과연 엄마만 아이를 아프게 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 아빠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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