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슬픈 날
「모나는 밖에서 엄마를 불렀습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문 앞에 앉아 오래도록 기다려야 했습니다. 한참 지나서야 문을 열어 준 엄마는 운 것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기운이 없어서 이제야 문을 열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누워야겠다고 했습니다. 모나는 이럴 때 엄마를 귀찮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아주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도요. "엄마, 어디 아파요?" 모나가 물었지만 엄마는 대답할 힘조차 없어보였습니다.」- 본문 중에서
마음의 병을 가진 부모와 사는 아이들을 위한 <엄마의 슬픈 날>
엄마는 마음의 병을 지니고 있다. 안개가 잔뜩 낀 우중충한 날씨와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는 모나의 엄마다. 그래도 가끔은 모나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책도 읽어주는 자상한 모습도 있다. 그래서 모나는 엄마가 아무리 슬퍼해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엄마가 슬픈 날이면 모나가 집 안 청소도 하고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기도 한다. 엄마에게 항상 화창한 날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모나…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생활하는 모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쟤네 엄마, 정신이 이상하대.', '엄마 닮아서 모나도 나중에 이상해질 거야.', '나중에 우리한테도 옮길 거야.'라고 말하는 모나의 친구들, 그렇게 모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겉돌게 된다. 언젠가는 자신도 엄마처럼 힘들어하고 슬퍼하게 될 거라는 생각에 걱정만 앞서는데……
「그날 저녁 모나는 이불로 만든 동굴에 들어갔지만 늦도록 잠들 수 없었습니다. 엄마처럼 슬퍼질까 두려웠지요. 어떤 일이 있어도 울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모나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잃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햇볕 쨍쨍한 날을 되찾기 위해서. (…) 캄캄한 밤에 가장 소중한 걸 땅에 묻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언젠가 들은 적이 있어요. 구덩이를 다 파고 나서 모나는 막스를 집어 들고 꼭 껴안았습니다.」- 본문 중에서
막스라고 이름을 지어준 인형을 끌어안고 혼자서 슬픔을 삼키는 모나… 캄캄한 밤에 가장 아끼는 물건을 땅에 묻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길래, 막스를 땅속에 깊숙이 묻고는 소원을 빈다. 엄마에게 햇볕 쨍쨍한 날이 가득하기를… 엄마가 다시 예전처럼 웃음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엄마의 슬픈 날>은 우울증에 걸린 부모를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린 자녀가 등장하는 동화책이다. 한창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는 도리어 꿋꿋하게 행동하면서 상처가 깊은 부모를 돌본다. 그러나 세상은 여린 아이를 향해 동정의 손길을 내밀면서도 한편으로는 방관자와 같은 태도로 수근거린다. 화목한 가정환경은 성장하는 자녀에게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요소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모나의 경우, 아빠 없이 홀로 엄마를 돌보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오늘도 엄마는 힘이 하나도 없어요. 맛있는 밥도 못 해 주고 책도 읽어 줄 수 없대요. 우리 엄마는 마음의 병에 걸렸어요. 그래서 다른 엄마들이랑 달리 슬플 때가 많아요. 그런 엄마가 이상하다고 우리 반 친구들은 나 몰래 수군거려요. 혹시 엄마는 나 때문에 아픈 걸까요? 내가 착하게 굴면 엄마는 다시 웃을 수 있을까요?」- 본문 중에서
<엄마의 슬픈 날>은 우울증을 두고 마음의 병이라고 표현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그런 마음의 병이라고 말이다. 엄마가 슬퍼지면 자신도 모르게 우울해지는 모나. 그러나 모나의 담임선생님은 혼자서 큰 짐을 짊어지지 말아라고 격려한다. 때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네가 열심히 공부하면 부모님이 기뻐하실 거야.'와 같은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하면서 그에 대한 기대효과가 부모에게 좋은 일이 될 거라는 부담을 주기도 한다. 모나의 경우,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엄마의 병이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다고 하니, 마치 자신이 엄마의 병을 만든 원인이라도 된 것 마냥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어른들의 몫까지 짊어지게 한다면… 아이의 입장에서 얼마나 심적으로 스트레스가 되고 두려울까? 어른의 보살핌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자신이 도리어 굳세고 당차게 생활해야 하다니… <엄마의 슬픈 날>은 마음이 아픈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동화책은 항상 즐겁고 행복한 소재를 다루어야 한다는 편견을 바꾸게 해 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모나처럼 마음이 아픈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면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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