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묵묵히 한 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의 최종 목표가 뭐냐고 너는 묻고 싶겠지. 초벌 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듯, 최초의 모호한 생각을 다듬어감에 따라 그리고 덧없이 지나가는 최초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명확해질 것이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성취되는 것이 아닐까.」- 본문 중에서
반 고흐, 그는 자신을 구속하는 사람,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직접 찾아 나선 사람, 자연 속의 인간이 되어 한평생 자유로이 붓을 잡고 세상을 그리고 싶었던 사람, 경멸과 비탄의 시선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사람, 그 누구보다 동생 테오를 사랑했던 사람,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동안 우리가 익히 보고 느껴온 예술이란 도대체 무엇이었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반 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내용이 주를 이룬다. 동생에게 전하는 편지 속에는 정규교육을 중단하고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하게 된 자신의 뜻을 내비치는 것을 시작으로, 반듯한 직장, 일정한 수입도 없이 동생 테오에게 조금씩 손을 빌려서 생활하는 자신을 향한 자책감을 고백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 고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세상에 빚과 의무를 지고 있다. 나는 30년간이나 이 땅 위를 걸어오지 않았나!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의 형식을 빌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이런저런 유파에 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다."라고 말이다.
누군가는 반 고흐를 이야기할 때, 평생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고 말년이 우울한 화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잘못된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나는 지금 글을 읽고, 적고, 서예와 동양화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반 고흐가 드러낸 내면의 세계가 진실하게 느껴진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충족되지 못한 자, 영원히 배고픈 자, 진리를 거부하는 아둔한 자, 억압된 틀을 과감히 부수고 나오는 자, 제대로 미칠 줄 아는 자, 푸른 하늘을 광란의 빛깔로 물들일 줄 아는 자가 진정 예술을 하는 자라고 생각한다. 반 고흐의 편지를 읽으면서 예술이란, 인간의 번뇌를 자극하는 것… 왜 우리가 자연을 포기할 수 없는지,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 무엇으로 다듬어서 표출시킬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그것도 영원히! 텅 빈 캔버스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삶이 우리 앞에 제시하는 여백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도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본문 중에서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신을 지탱하는 삶의 축을 바로잡고자 노력했음을 느낀다. 매순간 무너지려는 나태한 정신을 위해서, 그림을 그리면서 깨달은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가난한 자신을 끝까지 도와주는 동생 테오에게 애정이 깃든 그림을 선물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그는 거추장스러운 예술의 완벽함에 빠져들지 않도록 자신을 단련시켰다. 자신이 추구하는 미지의 산물을 새롭게 표현하기 위한 다짐일 것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으면 반 고흐의 정신세계가 지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고갱과의 다툼으로 자신의 귀를 자른 반 고흐의 결심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자연 속의 영혼을 사랑했던 화가, 반 고흐의 진솔한 삶이 녹아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읽는 동안… 알 수 없는 황홀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속에 빠져들었다. 이따금 곁에 두고 내가 밑줄 친 부분을 계속 읽어볼 참이다. 나의 내면에 엄청난 자극을 준 책으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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