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글쓰는서령 2011. 6. 23. 17:01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저자
이외수 지음
출판사
해냄출판사 | 2007-04-3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여자와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듬뿍 담아낸 감성 예찬! 사랑을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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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자는 죽어서까지 예뻐 보이고 싶어하는 것일까. 예쁘다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과 동일하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아름답지 않은 대상을 사랑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죽어서까지 예뻐지고 싶다는 열망은 죽어서까지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과 동일하다.」- 본문 중에서

 

무엇이든 본능에 따르지 않는 자, 본능의 섭리를 거스르는 자는 항상 최악의 사태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이치에 어긋나는 윤리와 행위를 마땅히 정당한 것이라 말하는 자야말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미친듯이 날 뛰는 꼬락서니와 다를 것이 무엇있으랴.

한번 제대로 물려봐야 정신을 차리고서 내가 잘못했노라, 내가 정신이 빠졌노라며 울고불고 난리나는 것이 인간의 변질된 모습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외수의 독특하고 고차원적인 언어해석법을 좋아한다. 마구잡이식으로 구정물이 죄다 빠질 때까지 비틀어 짜는 그의 말빨, 글빨은 읽는 이로 하여금 통쾌하게 만들어준다. 최악의 사태에 빠진 여자가 누리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에 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외수가 바라본 여자의 삶은 무엇일까. 왜 그는 여자만이 누리는 허상과 탐욕세계를 가차없이 내리찍는 도끼가 되기로 작정했는지. 한쪽눈이 삐딱이가 되어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답답한 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는 한국의 야생화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바탕에 이외수의 거침없는 말빨이 쉼없이 쏟아지고 있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여자의 삶, 이 책은 단연 여자를 주목하고 있으나, 그것은 어찌보면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진정 이외수가 하고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다. 썩어가는 나라의 기둥과 그것을 지탱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이 시대의 모든 청년들, 그들이 진정 쟁취할 것은 무엇이며, 보아도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대목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더라도 자식은 낳지 않겠다는 속내를 아무 거리낌없이 털어놓는다. 양육비와 교육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나약한 고백인가. 아니, 얼마나 정직한 고백인가.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자신이 부모들에게 얼마나 큰 짐으로 존재했던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모르고 있다. 그들의 부모세대는 자식을 돈으로 기른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길렀다는 사실을.」-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인간이 지닌 본성의 허와 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책의 부제가 '이외수의 소통법'이라고 했던가. 나는 진심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이외수 작가의 소통법을 느꼈다. 책제목이 참 많은 것을 생각거리로 만든다. 결국은 나조차 나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것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과 일맥상통하는지도……. 가끔은 이렇게 세상을 예리하게 지적해주는 책을 읽으면서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배워간다. 양심에 가책을 느끼게 만든 이외수의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숨기고 싶은 나를 발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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