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책 먹는 여우
지은이 : 프란치스카 비어만
출판사 : 주니어 김영사
무언가를 미치도록 좋아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퐁당 빠져버리고 마는 순간이 있다. 절제하는 법도 잊어버린 채, 오로지 한 곳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면 좋겠지만, 그와 반대로 부정적인 역효과만 부른다면 속히 마음가짐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고질병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 책에 푹 빠져버린 여우 한 마리가 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후추와 소금병을 가지고 다니면서 입맛대로 책을 조리하면서 먹는다. 하다못해 도서관에서 소장하는 책까지 넘보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바로 <책 먹는 여우>에 등장하는 여우 아저씨다.
이 책은 책 애호가, 독서광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끝장을 보는 여우 아저씨. 먹어도 먹어도 채울 수 없는 뱃속은 끊임없이 책을 달라고 애원하는 듯하다. 책의 마력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것인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 이게 웬 떡! 운동장만큼이나 넓은 방들마다 책으로 가득 찬 많은 책장들이 가지런하게 세워져 있었어요. '으음 맛있겠어, 맛있겠어!' 여우 아저씨는 쩝쩝 입맛을 다셨어요. 이 곳에선 공짜로 책을 빌려 볼 수 있다니 꿈만 같았죠.」- 본문 중에서 -
도서관의 책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직원에게 꼼짝없이 걸려버린 여우 아저씨, 도서관 출입을 금지당하자, 동네 서점에 들어가 책을 훔치다가 경찰에게 덜미를 잡혀서 감옥에 갇히고 만다. 우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올바른 독서습관의 필요성과 독서를 하기에 앞서, 책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두루 살펴볼 계기를 찾게 된다. 왜 책을 읽는가? 책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 갑자기 세상의 모든 책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여우 아저씨는 밤낮없이 종이에 글을 썼어요. 마치 연필에서 생각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어요. 글을 쓴 종이들이 많아졌어요. 나중에는 종이가 감방에 가득 차서 잠 잘 자리도 없을 정도였어요.」- 본문중에서 -
이 책은 '책'의 상징성에 대하여 '여우 아저씨'의 독특한 책 읽기 습관을 보여주면서 기발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책을 볼 수 없는 처지에서 여우아저씨는 직접 종이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동안 열심히 읽고 먹어치운 책의 어마어마한 지식의 창고에서 터져 나오는 여우아저씨의 작문능력은 세상을 놀라게 하는데……. 비록 책을 읽고 꿀꺽 삼켜버렸지만, 허투루 소화하지 않았음을 당당히 밝힌 것이다. 이를 통해서 나는 책을 통해 습득한 지식의 힘이 발휘하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독서인이 꿈꾸고 기다리는 희망봉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나도 여우아저씨처럼 책을 대했을까? 나에게 책은 무엇이며, 나는 책을 읽고 나서 어떻게 했는지를 점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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