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고양이 호텔
지은이 : 김희진
출판사 : 민음사
이제는 글을 통해서 내적인 욕망이나 희망 사항을 소설이나 특정 대상에 의인화하여
표현하는 소설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작가라고 해야 하나, 누구나 글을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건만, 아직도 우리의 의식에는 작가라는 고전적인 개념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일상적인 문장을 넘어서 자신만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작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얼마 전에 읽은 《라이팅 클럽》도 그와 비슷한 내용의 책이다.
이번에 읽은 《고양이 호텔》에도 글을 다루는 작가의 삶을 독특한 전개방식으로 엮어놓았다.
한 출판사에서 국내에 장편 바람을 일으켜 보자는 취지로 상금 1억 원을 걸고 공모전을 열게 된다.
심사 기준은 절대평가에 의해 가려질 것이며, 절대 수준을 능가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 시에는
상금을 다음 회로 이월하게 된다. 이월에는 제한도 없으며, 당선작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계속 상금이 불어나는 것이다.
그야말로 전국에 글쟁이란 글쟁이는 모두 출품을 한 시점에서 상금이 3억 원이
되던 해에 『뒤꿈치』라는 소설을 쓴 작가가 당선된다.
작가의 필명은 고요다, 그러나 고요다 작가는 『뒤꿈치』를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이라며,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선포하는데…….
「책 냄새에 반하던 바로 그날, 나는 이 방에서 처음으로 책을 꺼내 읽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책을 읽을 때는 누구나 혼자이고,
혼자 해야만 하는 행위 중에서
유일하게 외롭지 않은 것이 바로 책을 읽는 일이라는 걸.
그때부터 열심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p.78
11개의 창문이 있는 궁전 같은 집에서 고양이 200여 마리와 사는 '고요다' 작가가 3억 원의 상금을
거머쥔 주인공이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언론에 노출하기 꺼리고 조용히 살고 있다.
한 잡지사에서 그녀를 단독 취재하기 위해서 '강인한' 기자를 그녀의 집에 보내게 되는데….
「"지금까지 했던 얘기, 혹시 구상 중인 소설 얘기 아니에요?"
그건 또 무슨 말이냐는 듯 그녀가 나를 노려본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다시는 소설 따윈 쓰지 않겠다던 그녀는
두 번째 소설을 계획 중인 게 분명하다.
한번 베스트셀러 작가는 앞으로도 계속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게 돼 있다.
구조적으로 그렇다.」p.250
《고양이 호텔》은 추리와 판타지의 요소가 교묘하게 어우러진 개성이 강한 소설이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책의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이 되서야, 모든 의문점을 말끔히 해소시킬 수 있도록
'강인한' 기자와 '고요다'작가를 번갈아 가면서 남자와 여자의 시점으로 내용을 이끌어 나간다.
이 책에는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다.
추리와 로맨스 그리고 판타지 요소가 골고루 배치되어 있는 《고양이 호텔》
현실이 아닌 뭔가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다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봐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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