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남쪽에서 보낸 일년>

글쓰는서령 2010. 11. 5. 20:08

 

 

 

책제목 : 남쪽에서 보낸 일년

지은이 : 안토니오 콜리나스

출판사 : 자음과모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자연으로 가득한 공간임과 동시에 예술적 낭만도 함께

물결 치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온갖 찌든 때에

뒤덮여 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고통과 시련의 형상뿐일지라도 언제나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아름다운 공간이라 말하고 싶다.

예술을 알고 낭만을 아는 자가 비로소 자연이 선사하는 투명한 속삭임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요즘 읽게 되는 책은 성장통을 심하게 앓고 있는 문학 소설이 주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청소년의 자아정체성과 관련한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들이 사색하고 힘겨워하는 공간과 대상은 다를지라도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욕구는

모두 하나임을 종종 깨닫고 있다.

이번에 읽은 <남쪽에서 보낸 일년>이라는 소설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남쪽에서 보낸 일년>시적 요소와 자연과 예술 그리고 성장하는 소년의 삶을 그려낸 책이다.

스페인 작가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으로 접하는 거라, 내심 기대도 많이 했다.

 

이 책은 '하노'라는 고등학생이 스페인 남부에 있는 학교와 기숙사에서 한 학년을 보내면서

겪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어떠한 의도에서 그랬는지 몰라도 초반에 전개되는

소설내용을 읽으면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몽환적인 소년 하노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느낌이 강했다.

주인공 하노를 중심으로 천천히 소개되는 주변 인물들이 가진 개성이 강한 이미지 또한

과연 이 책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에 대하여 의구심만 증폭시켰다.

 

 

주인공 하노를 에워싼 세계라는 곳은 문학과 자연을 향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시적인 낭만과 철학적인 사상도 얼핏 보이는 듯했다.

하노에게 다가온 두 여인과의 사랑, 아직 미성숙한 존재인 청소년 하노에게 사랑이라는 것이

너무 급진적으로, 또는 과격하고 허무하게 파고든 것은 아닌지,

또래 여자아이와 연상의 여인이라는 요소를 삽입함으로써, 작가는 주인공 하노의 분리되는

이중적인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주면서 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자아분열이 이러한 내적인 요소로

나타날 수 있음을 알리려는 것이었을까?

 

 

 

 

옥타비오 아리사 선생님과 운명에 대하여 논하는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다.

 

「하노는 예술에 대한 의문점과 열정, 최근 그를 괴롭혔던 주제들,

  기차에서 풀어내지 못한 수수께끼들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에 하노는 운명 - 그의 운명 - 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물어보았다.」p.137

 

선생님과 주고받는 대화에서 자신과 일치되지 않는 부분이 등장할 때마다

혼란스러움과 절망감에 휩싸이는 하노의 모습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넘어선 더욱

큰 세계를 이상적으로 꿈꾸는 주인공의 격한 성장통이 느껴졌다.

 

 

「하노에게 천부적 재질이란 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와 같은 것이었기에

  계획할 필요도 없었고, 추천서나 책, 프로젝트, 교육 따위가

  필요치 않은 것이었다.

  그는 그저 밤을 보내며 스스로를 정의하고자 했고,

  밤과 하나가 되어 별의 침묵, 거리, 영원함을 배우고 싶었을 뿐이다.」p.195

 

이 책은 주인공의 삶을 중심으로 그의 시각과 촉각, 그리고 청각을 동반한 몸의 오감이

자연과 예술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인식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충족시켜 나아가는지,

그 안에서 소년이라는 특수성을 벗어던지고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고 읽는다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생각된다.

전반부에는 책에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사실 쉽지 않았다기보다는, 작가가 보여주는 자연과 예술적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 강해서 그랬던 걸로 보인다.

한 소년이 보낸 사계절을 독특한 느낌으로 만날 수 있었던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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