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A
지은이 : 하성란
출판사 : 자음과모음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라 했던가.
신이 창조한 다재다능한 복합적인 양상을 띠는 인간이란 존재는
그야말로 파고들어 가면 갈수록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저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이 각양각색이기에,
인간이 인간을 섣불리 판단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된다.
하지만, 때로는 그 기준점이 모호할지라도 판단의 시점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나 다가온다.
이것이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인가, 또는 인간으로서 타당함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가를 따지는 경우가 그렇다고 본다.
1987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오대양(주) 공예품 제조업체에서 집단자살사건이 발생했다.
대표 박순자는 1984년에 공예품 제조업체인 오대양을 설립하고, 종말론을 내세우며
자신을 따르던 신도와 자녀를 집단 시설에 수용하고, 신도들로부터 거액의 사채를 빌린 뒤
원금을 갚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사건이 시작되었다.
<A>는 '오대양집단자살사건'을 배경으로 작가 하성란이 저술한 책이다.
하성란은 1996년 『서울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루빈의 술잔》《옆집 여자》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식사의 즐거움》외 다수가 있다.
이 책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 한 여성이 '신신양회'라는 시멘트 회사를 세우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회사 직원들은 여성을 '어머니'라 부르며, 그녀에게 절대복종을 한다.
직원들은 회사 기숙사에서 단체 생활을 하면서 불가항력처럼
스며드는 망각의 갈림길에 접어드는데…….
「더듬더듬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끝에 뭔가가 만져졌다. 손가락이었다.
손가락을 따라 더듬어 올라갔다.
손등과 팔, 그 아래 또 다른 이의 손가락이 만져졌다.
(중간생략) 조금 힘을 빼자 그 팔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툭 떨어져 내렸다.」p.51
책의 시점은 신신양회의 직원이었던 한 여성의 자녀가 과거와 현재를 회상하며 독백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엄마는 정말 알았던 걸까.
내가 이렇게 엄마와 이모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리라는 것을.」p.20
'오대양집단자살사건'은 오대양 대표와 가족, 종업원 등 신도 32명이 시체로 발견된
많은 의구심을 남긴 미해결 사건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A>는 그 사건을 전제로 하되, 그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작가의 관점,
그리고 추측이 동반된 하나의 가상적 요소도 많이 개입된 책이라 생각된다.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인식된 '오대양사건'을 박진감 넘치는 요소로 구성했다면
보다 독자에게 설득력 있고 그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생생하게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사건의 해결책은 아직도 오리무중에 빠져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독자 나름대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책 제목의 'A'가 내포하는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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