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사라진 기차를 바라보며

글쓰는서령 2010. 8. 6. 15:22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언덕을 오르면 기다란 철길이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레일을 우렁차게 지나가는 기차도 보인다.

칙칙폭폭 소리는 사라졌나 보다. 칙칙폭폭은 들리지 않는다.

그저 소음과 같은 쇠붙이 넘실대는 소리만 귓가에 비트박스처럼 쿵쾅쿵쾅 거린다.

저마다 기차표를 거머쥐고 목적지를 향해 고즈넉이 앉아 있는 사람이 그렇게 차창 밖으로 보인다.

 

그곳의 시선은 지나가는 풍경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는 내가 있다.

이곳의 시선은 그저 매일 보는 기찻길에 불과하지만, 그 너머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겠지.

기차는 어느덧 달리고 또 달리어 산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오지 않는다.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흐물흐물 사라졌나 보다.

그리고 나도 언덕에서 내려왔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구슬땀이 이마를 촉촉히 적셔놓았다.

내일도 어디론가 사라질 기차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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