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마다 일기장을 새로 장만한다.
(1.2.3) (4.5.6) (7.8.9) (10.11.12)
1년에 총 4권의 역사책이 탄생하는 셈이다.
나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록하는 것이다.
제일 처음 일기를 적기 시작한 나이가 일곱 살.
그 당시 '충효 일기장' 에 꼬박꼬박 일기를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깨끗하고 순수함으로 넘쳐흐르던 어린 시절의 추억속으로
퐁당 빠져서 그 시절의 나의 친구들과 나의 작은 책상, 나의 인형과
안부인사를 건내며 돌아오는 시간들은 참으로 달콤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을 준비하는 날.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귀밑으로 단정하게 내린 단발머리로
변신을 하던 그때의 내 마음도 적혀있고,
사춘기 소녀의 수줍은 마음과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많이 웃고 또 많이 울기도 했으며
그렇게 성장하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일기장이 있었기에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린 나의 손때가 묻은 일기장에는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던 수많은 꿈이 담겨 있었다.
아름다운 세상에 첫째 동생이 태어난 순간과 둘째 동생의 이야기까지….
우리 가족의 역사를 내가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그 습관은 어딜 가지 않았고
지금까지 부지런히 일기를 적어가고 있다.
일기장의 나이는 23살이다.
나와 함께 나이를 먹고 있으며
나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담고 싶은 일기장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오늘도 이렇게 기록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