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낚시> : 삶의 월척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말하다.

글쓰는서령 2013. 5. 31. 14:32

 


낚시

저자
전영태 지음
출판사
생각의나무 | 2008-12-0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오랜 기다림을 통한 내적 치유의 세계 인간이 깨닫지 못하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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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누리는 향락의 세계에 다녀오다.

세계는 미처 몸을 온전히 담그지 않았음에도 진한 비릿내가 콧속으로 파고드는 곳이었다. 통통하게 살찐 갈매기 너덧 마리가 허공에 맴도는 경쾌한 풍경 아래 기다란 작대기 하나씩 어깨에 걸치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휘몰아치는 물살에 채찍질을 가하는 행위를 바라보면서 문득 '삶의 건더기를 건져내는, 낚아채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공허한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어떤 이의 작대기에 걸린 줄이 팽팽하게 당겨졌고, 침묵을 깨는 듯한 '삶이 살아 숨 쉬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삶의 월척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말하다.

평소 낚시를 즐기는 지인이 말하기를 "고기가 아닌 나를 낚으러 간다."라고. "낚시를 무슨 재미로 하세요?"라고 내가 물었던 것이다. 그는 낚시에도 철학이 있단다. 자신의 마음을 가장 적절히 대변하는 책이 있으니, 한 번 읽어보라고 선물로 준 것이 바로 《낚시》였다. 이 책의 저자는 낚시를 주제로 그려진 한국화, 일본화, 중국화, 서양화를 골고루 소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낚시에 대한 자신의 명확한 생각도 차분하게 드러낸다.

 

"낚시를 하다 보면, 물에 관한 명상을 하게 되고, 조과가 없으면 세상사는 이치와 인간의 마음에 대해 탐구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저절로 '마음 씀'에 힘쓰게 되는 것이다. 경지에 오른 낚시인들은 그럴 수 있다." - 머리말 중에서

 

"낚시라는 스포츠의 매력은 고기를 낚을 때 느끼는 '아찔아찔한 기분'에 있다. 아이들이나 여자들이 놀이 기구를 탈 때 느끼는 흥분과 전율이 한 마리 낚을 때마다 느껴진다. (…)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기분을 '즐거움'으로 인정한다. 마약 중독 같은 정신과 몸에 이상을 일으키는 즐거움이 아니라 생활에 활력을 주는 아찔한 스포츠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오늘도 낚시꾼은 물가로 달려간다." p.175

 

유혹을 던지고 삶의 진면목을 건져 올리다.

《낚시》는 낚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었다. 상업적으로 물들지 않은 낚시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는 법도 알 게 된 셈이다. 책이 소개하는 각 나라의 그림을 보면서, 낚시의 역사와 풍습을 엿볼 수 있었으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낚시의 매력에 흠뻑 취한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대어의 꿈을 품고 강과 바다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대어가 아닌 자신의 진면목이 아니었을까. 유혹을 던지고 삶의 진면목을 건져 올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