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홍련전
《장화홍련전》의 전개는 대충 이러하다. 평안도 철산 땅에 배좌수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에게는 장미꽃처럼 향기롭고 예쁜 딸 장화, 붉은 연꽃처럼 예쁜 홍련이 있었다. 그러나 두 딸을 얻은 기쁨도 잠시, 그의 부인 강씨가 몸이 쇠약해져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다. 부인의 삼년상을 치르고 대를 이을 아들이 필요했던 배 좌수는 새 아내를 맞아들이기로 한다. 계모 허씨는 흉측한 외모에 마음씨는 더욱 망측하여 그 모습은 차마 쳐다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배 좌수는 허씨를 아내로 맞이했음에도 죽은 강씨가 남긴 재산으로 지금껏 잘 살 수 있었노라며 남겨진 두 딸에게 잘해줄 것을 당부하고서 슬퍼했다. 이에 허씨는 장화와 홍련이 시집갈 무렵, 재산을 나누어 줄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르고 결국에는 자매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일전에 장편으로 된 장화홍련전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고등학생 및 성인을 대상으로 집필된 것이었기에, 시대적 배경에 대한 묘사와 등장인물이 대립되는 구조가 많은 시사점을 제공했었다. 그에 반해 이번에 읽은 《장화홍련전》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함축된 의미와 표현이 많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기만 하다.
마치 시조를 읊조리듯, 간략하게 핵심적인 내용만을 강조해서 최대한 그림책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려 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장화홍련전》이라는 우리의 고전에 아동이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저 계모의 부도덕한 행실을 지적하며, 착하고 불쌍한 장화와 홍련의 약한 모습만을 인식하게 만드는 듯하여 내심 조마조마해진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짧게나마 작품의 해설이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그림책으로 엮기에는 그 가치와 교훈이 지닌 참된 의미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고전에는 옛사람들의 삶이 배어 있습니다. 우리 고전문학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며 옛사람들의 생각이 담겨진 그릇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림책으로 된 《장화홍련전》을 읽고 고전문학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책은 아동이 혼자 읽는 것보다는 교사나 부모가 함께 읽으면서 독서지도용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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