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1부 : 인문 · 자연>

글쓰는서령 2012. 3. 8. 17:52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1(인문 자연)

저자
강순전 외 지음
출판사
휴머니스트 | 2006-05-2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고전 입문서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오늘의 눈으로 서양의 고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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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났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뛰어난 사람만이 책의 주요인물로서 등장하란 법은 없으니, 데카르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책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의미와 깊이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열 살 때 읽었던 책을 서른 살이 되어서 다시 읽는다면, 그 느낌이 같을 수 있으랴. 많은 사람이 고전은 고리타분하다고 등한시한다. 삶의 이치를 깨닫고자 한다면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고전을 통해서 무엇을 알 수 있겠느냐고 의아해한다. 얼핏 보면 고전의 주요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상궤도를 이탈하여 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삶을 살아온 듯하다. 그래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들은 평범하고 정상적인 삶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썼던 사람으로 보인다. 왜 그런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외면하는 것을 굳이 밝혀내려고 집요하게 매달리는 사람 말이다. 그래서 대중의 조롱과 비난을 받기도 하나, 그 모진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어 마침내 자신의 사상을 당당히 밝혀내기에 이른다. 그 여정이 보통 괴로운 게 아니라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로서는 쳐다볼 엄두조차 안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생각으로 고전을 대하는 게 아닐까. 이미 살아가는 데 충분한 처세를 알고 있거늘, 굳이 이제 와서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라도 있을까.

 

「끊임없는 판단과 검사를 통해 인간 행동의 객관화와 자료화가 달성되며 이것이 근대 인간과학의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까지 푸코는 주장하면서 『감시와 처벌』을 마무리한다. "개인은 특별한 규율적 권력 기법이 생산한 실재"라는 것이다. 이 명제는 근 현대를 추동한 서양적 합리주의의 동역학에 대한 푸코적인 바깥으로부터의 사유가 도달한 한 극점으로서, 나중에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 본문 중에서

 

 

이 책은 현세의 눈으로 세계의 고전을 재해석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고전 읽기의 도우미 역할을 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는 총 1, 2부에 걸쳐서 세계를 대표하는 고전 34편을 소개한다. 인문과 자연을 다루는 1권과 정치와 사회를 다루는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1부 인문과 자연편이다. 여기에는 소크라테스, 아우렐리우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헤겔, 니체, 소쉬르, 푸코, 프로이트, 프롬, 마르코 폴로, 그람시, 브로델, 에드워드 사이드, 다윈, 하이젠베르크, 토마스 쿤의 대표적인 작품이 실려있다. 작품을 이해하기 쉽게끔 설명해주는 역할은 인문과 철학 그리고 역사를 가르치는 대학교수 및 고등학교 교사가 맡았다. 책의 주목적은 쉽고도 다양한 고전 독법을 일러주는 것이라, 객관성에 기초하여 고전을 해석하고 있음에도 집필자의 주관적 관점도 포함되어있다는 점을 알고 읽어야 한다.

 

책의 형식은 고전의 도서요약 및 서평을 포함한 고전 독법 안내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나톨 프랑스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고전이란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는 책이다. 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다." 고전은 우리에게 그 가치와 필요성을 강력히 호소하는 듯하나, 실질적인 이익을 추구함에 있어서 실용성을 지녔다고 호소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예전에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아우렐리우스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일기형식으로 일정한 형식 없이 집필되었는데, 그가 추구했던 사상이 나와 얼추 비슷했는지 막힘없이 책장이 잘 넘어갔다. 이처럼 쉽게 읽히는 고전도 있기 마련이다. 주위에서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으로 인해 '고전 기피증'을 겪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왜 고전이라 불리는지, 무엇이 고전인가, 라는 물음에 절로 깨닫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