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레시피
낯섦을 향한 동경 혹은 갈망. 수명이 늘어남과 동시에 우리의 기대치는 한층 높아졌다. 그와 더불어 시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쉽사리 접근할 수 없었던 세계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인간은 소유할 수 없는 것에 심한 애증을 느끼곤 한다. 주어진 현실을 마냥 부정할 수 없을지라도 언젠가는 그 현실을 부수고 상승하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자고 다짐해도 낯설은 것을 향한 마음만은 포기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낄 줄 아는 감정표현에 인색해졌다. 나를 찾아온 작은 선물의 가치가 곧 나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들. 하나를 얻으면 둘이 아닌 셋을 생각하는 사람들. 익숙한 것에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곧 삶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찾아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낯섦을 갈망하는 것은 우리의 열정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주어진 삶마저 등한시하는 사람이 마냥 낯섦을 동경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이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마냥 굶주림에 허덕일 수도 없는 법. 그 누가 말해도 진리일 수밖에 없는 유일한 정답이 있다면 아마도 주어진 현실에 감사함을 느끼며 충실히 사는 것이 아닐까. 수백 년이 흘러도 고갈되지 않는 맑은 샘물처럼… 우리의 마음도 정체되지 않고 순환하면서 본분에 충실히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사 레시피>에는 자신의 본분을 지키면서 평생을 한결같이 살아온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언제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지닌 가치를 몸소 실천하며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참으로 감사할 일이 많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함으로써 항상 시기와 질투심에 휩싸인다.
「다음은 시인의 고백입니다. "60대가 된 지금이라도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을 원망하기보다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감사는 희망의 기초이다. 감사하지 못하면 분노가 생기고 미래를 바라볼 수 없다. 미래를 바라본다 하더라도 하나의 미래밖에 보지 못한다.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본문 중에서
익숙함에 길들여지는 사람은 현실적이지 않다. 현실적으로 사는 사람의 삶은 겉보기엔 평범할지라도 속내는 온통 비현실적인 갈망으로 가득하다. 차라리 욕구를 표출하고 대범하게 나아가는 사람들이 현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인정하란다고 굳이 현실적인 삶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누릴 수 있는 삶의 행복이 얼마나 클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삶의 미덕을 이야기하는 <감사 레시피>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속물로 찌든 가면을 아예 벗어던질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당장은 내가 손해를 보는 듯해도 시간이 흐르면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라고 말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라. 그 말이 지닌 깊은 뜻은 알겠으나, 내가 처한 현실과 세상의 현실이 같을 수는 없기에, 우리가 삶의 가치관을 낯선 곳에 두는 것이다. 주어진 현실을 기꺼이 수용한 사람이 보여준 삶의 방식이 유일한 정답은 될 수 없다. 그것은 삶을 보다 이롭게 만드는 하나의 수단이다. 산다는 것에 목적을 부여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수단이라는 어감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서 인간의 삶에서 배제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글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순 없을 것 같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이유 때문일까. 그래도 자신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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