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가끔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참 몹쓸 짓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를 현재에 와서 들추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이유 때문이었다.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곧 돌이킬 수 없는 것을 향한 집착이라고 말이다. 그래도 나의 생각과는 모순되는 행동이 종종 일어난다. 바로 유년시절에 적은 일기장을 다시 펼쳐보는 것이다. 동심의 세계, 아름다운 사춘기를 누린다는 이유만으로 어리석음을 가장한 럭비공처럼… 아니, 터무니없이 가벼운 탁구공처럼 마구 튀어 다니는 과속의 절정을 보여주었던 일기장… 나의 일기장은 진실과 거짓을 모두 포용할 줄 알았나 보다. 이제 성인이랍시고 제 앞가림하겠노라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건만,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속 시원히 밝힐 자신감은 한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그 언젠가 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적어보았다. 나라는 존재에서 완전히 벗어난 입장에서 써내려간 편지였으나, 결국은 스스로를 용서하고 구원하는 바람으로 가득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새삼스럽게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러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미래를 위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일기장의 역할이 컸음을…… 지금으로부터 약 십 년 전에 적은 일기가 지금의 내 모습을 정확히 예견하고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대하여 끊임없이 사색하고 재발견하는, 그래서 그 모든 것을 글로 남기는 습관을 길렀으면 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너는, 쉽지 않은 일을 선택한 거야. 너의 인생, 어느 하나도 쉬웠던 적 없었지. 그리고 알지? 돌아갈 곳이 없다는 걸. 네가 연출자로서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증명해 보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그러니 주저앉지 마. 일단은 멈추지 말고 이 벽을 뚫고 나가야 네가 선택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때 그만두더라도 명분이 설 거야. 세상이 아닌, 너 스스로에게. 일어나! 너의 두 다리를 대지가 받쳐 주고 있잖아. 햇빛은 그대로야. 그만하면 된 거지?」- 본문 중에서(p.90)
<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은 꿈과 열정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여성 멘토 15인의 편지가 실려 있다. 모두 과거의 자기 자신을 회상하면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기장'을 떠올리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힘겨웠던 젊은 날을 돌아보는 그들의 모습은 매 순간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서 괴로워하는 내가 일기장을 들추어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자신에게 편지를 쓰면서 위로하는 모습은… 그 힘든 시련과 고비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지만, 그래도 산다는 것이 항상 특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금 우스운 사실은 우리의 삶이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것임을 느낀다. 삶에 특별함을 제공하는 것이 비단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하거나, 일확천금의 대박을 꿈꾸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 내가 살면서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서 미래의 삶이 특별함으로 가득할 것임을 믿는다. 쓰디쓴 청춘의 약으로 인해 심한 현기증에 시달렸던 여성 멘토 15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무엇을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까? 도리어 발견하지 못했음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 있어 필요한 모든 것을 일찍이 깨달은 자는 더 이상 특별하다고 할 수 없으니까. 부족하고 어리석기 때문에, 끊임없이 채워가면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삶에 구멍이 뚫려서 허전하더라도 꿈과 희망은 단단히 움켜잡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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