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지은이 : 김미월 외
출판사 : 열림원
여성이 지닌 추상적인 상징을 느낄 수 있는 책,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작은 웅덩이에 고인 빗물, 나의 옷깃에 스며드는 빗물, 딱딱한 아스팔트와 충동하는
그 빗물의 상징성에 대하여 일곱 명의 여성 작가가 하나의 공간에 모였다.
하나의 주제를 부여받은 일곱 빛깔의 발상이 빚어낸 문학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은진, 김숨, 김미월, 윤이형, 김이설, 황정은, 한유주 그들은 무지개를 탄생시켰다.
이 책은 일반 소설과는 달리 자연의 추상미를 인간의 삶에 투영시켜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제각기 독특한 사건의 출발로 말미암아 시작과 끝이 조화와 부조화를 오가는 오묘함을 연상시킨다.
개인적으로 <투견>, <물>의 김숨 작가의 작품을 많이 접해서였을까.
이 책에 실린 김숨 작가의 <대기자들>은 역시나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직설적이면서 중립을 지키는 김숨 작가만의 어법이 인간의 삶에서 순위가 매겨지는 모순을 풍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주인공은 자신의 앞에서 새치기를 하는 타인의 오묘한 표정과 행동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와 순서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대기자들>을 통해서 복잡한 경쟁구도로 얽힌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지켜주어야 할 질서에 대하여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모든 글을 독자가 해석하는 기준점에 따라 본래 지닌 뜻이 달라지기 나름이다.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는 우리가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무형무색의 가치로 남겨질 것이다.
「아하, 그럼 정답은 번개인 건가.
그녀는 창밖 먼 하늘을 향해 슬며시 웃었다. 빗소리가 점점 커졌다.
창 너머로 굵은 빗줄기가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세차게 쏟아지는 것이 보였다.」
- 김미월 <여름 팬터마임> 중에서 -
「애매한 것을 멍하게 외우며 떨어지는 모습이란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거나 아름답지 않다거나 봐줄 누군가도 없으므로
아름답지 않은 채로 떨어진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진다. 소리도 없고 기척도 없다.
빗방울 같다.」- 황정은 <낙하하다> 중에서 -
무지개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일곱 빛깔의 조화 덕분이다.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가 지닌 일곱 가지 상징성을 조용히 음미하면서 읽는다면
무언가를 발견함과 동시에 스스로 감수성이 짙어졌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에 앞서 소설의 제목이 지닌 상징성을 단 하나라도 찾아낼 수 있다면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라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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