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1미터>

글쓰는서령 2011. 1. 28. 23:21

 

 

책제목 : 1미터

지은이 : 임은정

출판사 : 문화구창작동

 

 

우리의 삶은 성스러운 창조의 결과임과 동시에 그 속에 숨겨진 진리를

발견해야만 하는 순환의 원리와 같다.

삶은 산다는 것, 또한 우리가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표본인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서 뜻있는 사회를 세우듯이, 우리의 삶도 그와 다르지 않다.

저마다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향한 자신의 입장을 똑바로 직시하고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명의 유무를 떠나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자체,

그 본질적인 내면의 가치를 안다는 것이야말로 진짜 삶을 사는 것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1미터>사회적 지위를 누리면서 승승장구하던 한 남자가 식물인간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사실 뇌사상태가 된 사람의 의식이 살아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개념화하기에 불분명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강한 정신력으로 살아가는

식물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다소 모호하더라도

소설 일부분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람들은 인생을 삶과 죽음으로 규정하지만 삶 또는 죽음이라고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선과 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착한 듯하면서도 악하고 악한 듯하면서도 착하고

  뜨거움과 차가움 이렇게 대조적인 것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지근함도 있지 않은가?」p.54

 

 

 

 

이 책은 자신의 몸속에 갇혀 있는 내면의 영혼과 마주하는 두 남녀의 애틋한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삶의 끝자락에 머물며,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를 통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는 중증환자,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

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신은 모든 무기를 빼앗고 강찬을 육체라는 감옥에 가두었다.

  이것은 강찬에게는 인생 최악의 시나리오였고, 신에게는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강찬에게 의지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p.17

 

 

 

 

<1미터>사람이 사는 것에는 기준점과 정답이 없음을 말하고 있다.

낭떠러지에 떨어져서 기어오르는 사람이 있고, 높은 곳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사람도 있는 것,

열심히 뛰다가 잠시 쉬는 사람도 있으며, 가던 길을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가장 현명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가? 정답은 없다.

 

물론, 이 책은 극적인 상황에 부닥친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우리의 삶에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선택한 주인공의 삶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과 같은 운명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를지라도 주인공의 삶 너머에 존재하는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였으면 하는 작은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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