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덩그러니 비어있는 여백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라는 사람이 갈망하는 세계와 사랑 그리고 미래 그 모든 것이 걸려있는 기대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
무언가를 기대하는 만큼 마음이 괴로워지는 법이라는 것을 느끼는 나날이 있다.
가진 것이 너무 많으면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증세와 같은 것일까?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우리는 이렇게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면서 신세 한탄을 하는 것.
처음부터 없었으면 좋았을 것을 왜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애타게 그것을 가지려고 죽을 힘을 다했는지.
비움을 강조하는 모든 사상들이 정말 거짓없이 비움이라는 것의 참된 진리를 우리에게 알리고 있는게 맞는지 의문이다.
그것을 해석하는 우리의 사고가 문제인 것인지,
수만수천가지 수식어와 사례를 곁들여 비움의 철학을 알리는 사상이 진정 사상이라 옳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비운다는 것 자체는 어떠한 매개체를 통해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다보면 자연스레 몸에 베여드는 삶의 향기와 같은 것이 아닐까.
배우려고 할수록 더욱 멀어지는 것이 삶의 진리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습득하고자 하는 자세가 옳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배웠다는 것이 진정 비워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마음을 비웠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가질 수 없는 것, 채울 수 없는 것을 과감히 포기했다는 것에 그 의미를 해석하지 말았으면 한다.
'서령의 기록 > 생각하는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남겨둔 마지막 공간 (0) | 2011.01.23 |
---|---|
뜻이 있는 곳 (0) | 2011.01.12 |
바람의 파편 (0) | 2011.01.04 |
어제와 오늘을 이어가는 다짐 (0) | 2011.01.02 |
나에게 단 하나의 순간 (0) | 2010.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