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차고 미끈거리는 슬픔
지은이 : 류경희
출판사 : 은행나무
우리의 삶은 뜻이 통하는 마음과 마음이 모여서 이룩한 하나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사는 동안 참으로 많은 것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보다 깊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연속선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으며, 또 무엇을 애타게 찾고 있을까.
저마다 삶에서 기다림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그 대상이 어떠한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불투명한 삶의 모습을 보다 분명하게 그려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준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는 하나의 몸으로 사는 듯하지만, 사실 함께 살고 있다.
나라는 존재와 타인이라는 존재가 하나가 되는 세상 속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의 세상 속을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서로를 향한 소통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소통 없이 살 수 있는 무형무색의 매개체가 등장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각종 미디어 매체와 정보통신의 급격한 발달로 말미암아 우리는 철저히 독립된 객체가 되어 밀폐된 공간,
고립된 공간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통이 사라진 세상, 소통이 사라진 인간은 지금의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차고 미끈거리는 슬픔>은 소통의 부재가 남기고 떠난 흔적을 찾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어느 날 메모리라는 정체불명의 아이디로부터 메모리박스라는 공간에 초대를 받은 여섯 명의 남녀.
그들은 저마다 부여받은 물고기 이름의 아이디와 독립된 메모리공간을 통해서 가슴 속에 품어온 오랜 기억과 상처를
조금씩 남기기 시작한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삶 가장 밑바닥부터
천천히 끄집어내기 시작하고 이제는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기 시작하는데…….
살아가는 모습이 다양한 사람들, 그렇게 살아야 했던, 살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사연에 이끌려
메모리박스 속 이방인이 되어 소통의 조각을 채워가는 모습을 통해서 이 시대에 소통이란 무엇이며,
지금 우리에게 소통은 어떠한 의미로 남아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전 메모리 박스에 기억을 적기 시작하면서 제 자신을 확인해 가고 있어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죠.
기억들이 내 존재를 명확하게 만들어줘요."」p.223
책 속에 등장하는 그들에게 메모리박스가 어떤 존재로 다가왔으며,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물고기 아이디를 자신의 모습에 투영시켜 표현하는 모습은 숨기고 싶었던 혼자만의 기억을 미지의 공간에
과감히 토해내는 용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소통은 숨겨진 아픔을 세상 밖으로 과감히 끌어낼 수 있는 용기와 시작된다.
「"살다 보면 그런 순간들이 많죠. 내가 그 자리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되고 아쉬운 순간들이 많지만 삶이라는 건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거니까요."」p.193
<차고 미끈거리는 슬픔>은 소외된 소통의 통로를 발굴해내는 과정은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과 사상을 지닌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겠지만, 그래도 세상은 나라는 말보다 우리라는 단어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라 본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열린 눈과 마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닫혀버린 마음을 활짝 열고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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