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의 물듦과 닮은 엄마의 고운 손에서 찻물이 우러난다.
나는 가지런히 두 손 모으고 엄마 앞에 마주 앉았다.
엄마의 마음과 같은 물이 달구어지면서 찻잎이 잔잔히 요동을 친다.
엄마와 나는 나란히 마주 앉았다. 우리의 찻잔도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찻잔 속에 거두어 진하게 마셔버린다.
엄마와 나는 그렇게 찻잔을 바라보는 시간을 종종 가진다.
내 삶의 가장 행복한 시간은 세월처럼 버티고 앉은 찻잔이 마주 보는 순간이 아닐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엄마는 나를 알고 나는 엄마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찻잔을 마주하는 시간을 종종 가진다.
석양이 떠나간 자리에 고독한 어둠이 자욱하게 밀려오면 이야기는 멈춘다.
우리는 떠나고 없지만, 그 남은 빈자리에는 우리의 찻잔이 머물고 있다.
엄마와 나의 이야기를 비밀스럽게 담고서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찻잔으로 이루어지는 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교감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시는 엄마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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