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희망의 밥상> : 지금 인간은 무엇을 먹고 있는가?

글쓰는서령 2012. 10. 22. 19:03

 


희망의 밥상

저자
제인 구달 지음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2009-10-10 출간
카테고리
건강
책소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침팬지들의 대모인 제인 구달 박사가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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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식탐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라.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시절,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를 따라 먹고, 자고, 숨 쉬는 생활을 했었다. 시간을 더욱 거슬러 생각해보면 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야말로 오염되지 않은 천연자원이 존재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자연의 모습은 어떠한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우뚝 솟아오른 산과 나무를 깎아내며, 다시 도려내는 인간의 습격이 오늘의 자연을 만들었다. 인공(人工)으로 건설한 자연의 또 다른 모습, 그 속에 존재하는 온갖 동식물의 모습은 어떠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몸을 열심히 움직여서 식량을 구해야 했던 시절, 도처에 널린 것이 싱싱하게 살아있는 것인지라 즉석에서 허기를 채울 수 있었으며, 식량의 품질이나 오염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하늘에서 눈과 비가 내리고 또 바람이 불어왔다. 농작물이 심겨진 땅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산과 들에 사는 동식물과 곤충은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서식지를 지켜나갔다. 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는 소, 말, 사슴 그리고 강가 주변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면서 먹이를 찾는 오리, 거위 등 제 습성과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의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암탉이 알을 품는 인고의 시간, 어미 돼지가 새끼들에게 젖을 주는 행복한 모습, 암탉을 종종 걸음으로 따라다니는 병아리의 모습까지…… 그 시절에는 그러한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었으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그 자체였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희망의 밥상》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살아온 세상이 무엇이었나?’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영양 보충을 위해서 주기적으로 섭취해 온 쇠고기와 돼지고기, 피부미용을 위해 먹은 오리고기, 칼슘에 좋다는 우유를 매일 한 잔 씩 마시면서 나는 어떤 생각을, 어떤 마음을 가졌던가. 내가 습관처럼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 더 나아가 그 음식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정부로부터 받은 인증마크를 믿고 구입했던 식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쾌적한 환경에서 갓 짜낸 신선한 우유, 표면이 매끄럽게 빛이 나는 달걀, 색깔이 선명하고 붉은 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육질이 부드러운 오리고기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은 다름 아닌 하나의 생명체였음을. 이 책의 저자 제인 구달은 ‘공장식 사육’에 대한 언급을 계속 한다. 동물의 본능을 억제하여 인간의 욕구에 부합하는 최적의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사육, 그것이 바로 ‘공장식 사육’이다. 책은 수 십 마리의 돼지가 좁은 공간에 갇혀서 서로 꼬리를 물고 난동을 부릴 것을 염려하여 돼지의 꼬리를 잘라버린다는 끔찍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인간을 위한 시장에 최고의 품질을 선보이기 위해서 비정상적인 사육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두 팔과 두 다리의 민첩한 움직임 그리고 두뇌의 발달로 세상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듯한 인간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자연의 영역을 과감히 침범하여 초고층 빌딩을 세우고 골프장을 만들며, 끊임없이 아파트를 건설하는 인간의 욕구, 그 끝은 어디인가? 인간의 의식주를 위해서 희생되는 것들 중에서 제인 구달은 인간의 식문화에 대한 의견을 날카롭게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간의 밥상을 절반 이상 차지하는 동물성 식품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인간의 밥상에 하나의 반찬으로 만들어져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이 어떠한지, 왜 인간은 동물성 식품을 섭취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한다.

 

인간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음식물 섭취다. 최소한 기본적인 열량은 섭취해야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며, 신체 내부의 장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체질에 따라 섭취해야 할 영양소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하여 제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동물성 식품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인간을 ‘육식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대로 채소와 야채를 중심으로 섭취하는 유형은 ‘채식주의자’라고 하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한 식품 산업의 발달, 여기에는 생산과 소비 활동이 구축을 이루며, 나아가 생산과 소비를 총체적으로 관리하여 소득을 발생시키려는 시스템이 깔려있다.

 

우리가 우유 한 통에 대한 값을 지불하면, 우유를 판매하는 상점과 우유를 납품하는 업체 그리고 우유를 생산한 농민에게 골고루 수익이 분배된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관리하는 우유 회사에 주목하고 싶다. 회사의 꾸준한 성장과 소득 발생을 위한 도구적 가치로서 존재하는 핵심,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젖을 제공하는 젖소다. 대량 생산을 위해서 인간이 제공하는 사료를 먹고 또 먹는 젖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우유라는 상품을 위해서 젖소를 관리하는 인간의 목적은 오직 지금보다 더 높은 소득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통해서 식품 산업의 발달을 가장한 인간의 이기주의와 사욕 그리고 동물에 대한 지배권을 목격하게 되었다.

 

지금 이 곳은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이거늘, 어찌 인간이 주도권을 마음껏 행사하여 사리사욕에 눈이 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 세상에 인간이 먹지 못 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몸에 좋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하나의 식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인간, 그리고 그에 맞추어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최대한 많이 구입하여 섭취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하나의 생명체를 죽이고 있다. 섭리를 파괴하는 인간의 행동이 무엇인가? 인위적으로 알의 부화를 촉진하여 병아리를 나오게 만들며, 거위의 간을 부풀리기 위해서 강제로 먹이를 주입하기까지 인간의 손과 발이 닿지 않는 곳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에 젖소가 주는 우유의 달콤함을 묘사하고, 생일상에 통닭과 쇠고기 음식들이 당연하게 그려져 있음에 주목하자. 어릴 적부터 육류는 인간이 당연히 섭취해야 할 식품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주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목적과 의도 자체를 생각할 수 없는 것인가?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신선한 우유, 최고급 한우를 소개하는 장면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암시하는가. 그 이면에 가려진 사육 과정은 생략하고서, 완성된 식품의 우수성만 강조하지 않았던가? 《희망의 밥상》은 자연 속 생태계의 파괴에 대한 적나라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생명에 대하여 생각하다.

나는《희망의 밥상》의 시사점을 생명존중 사상의 회복으로 판단을 내렸다. 왜 회복(回復)인가? 제인 구달은 인간의 식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탁월한 선택을 했음이 분명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어떤 상처와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것으로 스스로 의지가 필요할 것이나, 더욱 요구되는 것은 바로 어떤 환경에 살고 있으며,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제삼자에 의해 자신의 권리와 생명이 결정된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인간에 의한 동물, 이미 그 자체만을 두고 본다면 인간의 힘이 미치지 않는 동물의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인간은 제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동물의 영역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희망의 밥상》의 표면적 의미는 과도한 육류 섭취에 숨겨진 동물 사육의 실태 보고다. 허나, 책이 지닌 본래의 목적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사고와 언어 능력이 발달한 인간, 하나의 현상을 두고 수 백 가지의 결과를 만들어내며, 그 무엇으로든 응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인간, 우거진 산림을 보고 경제적 가치를 찾아내며, 자유로이 날뛰는 동물을 보고 최고급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인간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진정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식품이 우리의 몸에 흡수된다면 어떤 일이 생기겠는가? 언젠가 화물차에 실려서 어디론가 가고 있는 누런 소 두 마리를 본 적이 있었다. 귀에는 품질 및 등급이 새겨진 바코드가 걸려있었는데, 커다란 눈은 힘없이 축 처져 아래를 향하고 있었으며, 마지막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듯, 하늘을 향해 콧구멍을 들썩이고 있었다. 소 두 마리는 아마도 도축장으로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우주 만물, 인간도 그 중의 하나이다. 만물 속에는 인간과 동식물이 모두 동등한 자격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끌어안은 것이 바로 자연이다. 자연의 이치와 조화를 인간의 사리사욕이 침범하면서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온갖 희귀병, 그리고 돌연변이 동식물이 생겨났다. 하나를 두고 두 배의 기쁨을 얻기 위해 유전자변형식품을 만들어 그것을 더러 무엇이든 응용이 가능한 식품의 탄생이라 말한다. 나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에 대하여 항상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가능한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밥을 먹고, 옷을 입으며, 두 다리로 걷고 생활하는 일상의 모든 것에 하나의 철학이 있어야 함을 항상 잊지 않는다. 나 자신이 존중받는 대상이 되고 싶거든, 내가 먼저 존중하는 자세를 갖도록 할 것이며, 건강한 심신을 원한다면 우선, 내가 존재하는 공간부터 건강해지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소중한 것이다. 저마다 생명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며, 그래서 더욱 가치로운 존재이다. 더불어 사는 것을 추구하는 인간이 야생의 본능으로 살아가는 동물을 향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꾼다면 이 세상이 지금보다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에 대한 생각을 시작으로 이제는 생명에 대한 존중을 다시금 깨달아야 할 시간이 찾아왔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이 글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으나, 나는 제인 구달의 책을 읽으면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 소설을 떠올렸다. 지금 우리는 도처에 넘쳐나는 재물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에 처해있다. 특히,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 지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거리마다 소문난 맛 집이 줄을 지어 생겨나고 틈새를 공략하여 소규모 음식점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바쁜 현대인을 위한 즉석식품, 패스트푸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식품을 선호하는 현대인, 그리고 그러한 식품이 과연 우리의 몸에 이로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희망의 밥상》에서는 아이들의 밥상 위에 무엇이 올라오는가에 대하여 말한다. 비만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 무엇이 비만을 초래하게 했으며, 왜 인간은 비만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인가?

 

책에서 제인 구달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책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를 희망한다. 내가 말하는 중요한 이슈란 지구의 자연 자원이 고갈되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인간들의 건강을 위해서 중요한 문제들이다.”(p.28 머리말 중에서) 우리가 너무나 먼 길을 걸어온 것일까.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한때 아름답게 피어났던 생명의 꽃이 새카맣게 시들어버린 광경이 참혹히 그려진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인간의 의지가 도를 넘어섰음에 나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아본다. 공존 그리고 공생(共生)의 참뜻을 가슴에 새기면서 제인 구달의 말을 곱씹는다. 생명의 존엄성은 그 모든 것이 다 소중하여 고결한 것이기에, 어떤 목적에 의해 동물의 생명을 멈추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 의식을 치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왔다고 했다. 섭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멈추고 지금이라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동물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희망이라고 생각하는가? 희망은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공급되는 먹거리를 위하여,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한 일거리부터 찾아볼 생각이다. 우리의 밥상이 그 무엇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랄 수 있을까!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그날까지 나는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겠노라며 다짐해본다. 이 책의 적지 않은 분량에 내심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책을 읽는 동안에 나는 내 안에 ‘작은 성장’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작은 변화이기도 하며, 작은 시작이기도 하다. 건강한 심신을 위한 생각을 하기에 앞서, 그동안 우리 인간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수많은 동물에 향해 짧게나마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