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시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건설을 되돌아보는 하나의 지적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속에는 시대와 사상의 변천사를 중심으로 이상과 현실이라는 업보를 지닌 인물이 모여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소설에 직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작가의 사상이 소설의 처음과 끝을 꾸며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그것을 읽는 독자는 재차 자신의 상상력을 통하여 남다른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소설의 교훈 및 의도가 다양하게 성립되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설을 읽는 행위, 즉 감상을 하는 것에서 끝낼 것인가와 소설의 의도를 분석할 것인가에서 많은 독자가 갈등에 휩싸인다. 이에 <소설의 시대>는 "소설 독서에 있어서는 분석이 감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감상이 분석을 따르기는 어렵다."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소설을 읽고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을 내보인다. 그것은 분석에 의한 독서가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결국 소설은 분석과 감상이 분리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독서 후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가정하에 접근한다면 보다 넓은 의미로서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의 분량에 따른 장편과 단편소설, 접근하는 주제에 따른 계몽, 교양, 대중, 추리소설과 소재에 따른 역사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소설이 존재하고 있으나, 독자의 입장에서는 소설의 성격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소설을 보다 친숙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읽고 싶다면 <소설의 시대>를 먼저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은 소설 읽기의 이론과 실제를 다루고 있다. 소설의 변천사를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대표작품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소설에 대한 논리적 분석과 작품에 대한 감상적 접근법에 대하여 말한다.
「독서 과정에서도 개별성이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는 과정을 보는 일은 무척 흥미롭다. 무엇을 다루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다루는가가 소설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볼 때, 작품이 개별성을 통해 보편성 쪽으로 접근해 가는 과정은 작가의 능력과 소설의 완성도를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된다. (…) 소설과 소설 외적인 배경을 연결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설 안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작용하고 전개되는 가를 보는 일도 중요하다.」- 본문 중에서(p.80)
소설은 주제에 따라 자전적 성격을 띠기도 하며, 사실과 허구의 중간지점을 포착 또는 완벽한 허구로서 성립된다. 또는 현시대의 코드를 포착하여 강렬한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독자의 입장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소설이 다루는 내용이 허구일지라도 그러한 존재의 유무를 따질 것이 아니라, 그 존재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는 점이 될 것이다. 사실보다 더 사실을 지향하는 것이 소설이라면 말이다. 작가와 서술자 그리고 등장인물의 관점에 따른 분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의 특징은 무엇이 있으며, 소설이 모델로 삼은 동시대의 다양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나는 <소설의 시대>를 통해서 그동안 내가 소설에 취했던 접근방식의 취약했던 점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겨놓은 작가의 독특한 장치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하여 알게 되는 발견의 기쁨이란…… 이 책은 쉽게 말해서 '소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나는 추상적인 의미로 가득한 단편소설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편이다. 의외로 장편소설은 그 분량만큼이나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해석의 농도도 짙어지기에 십상인데, 단편소설은 미지근한 물에 손을 담근 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작가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모호하게 매듭짓고 보여주는 듯, 결말에 대한 해석은 독자에게 맡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소설 애호가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저자는 대학 강의에 적당한 교재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을 <소설의 시대>에 담았다고 한다. 소설에 대하여 중립을 지키고 다양한 형태의 소설과 그에 대한 방식을 풍부하게 알려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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