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확신의 함정>

글쓰는서령 2012. 1. 18. 15:41

 


확신의 함정

저자
금태섭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1-06-28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우리의 결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형사사건 전문변호사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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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타당한 인과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 충족되어야 할 필요악은 무엇인가. '장담컨대'라는 말로 시작되는 논리적인 결론 속에는 언제나 경계가 모호한 함정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객관과 주관에 따른 의사결정의 한계가 지닌 양면성이란……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연쇄살인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 불리는 그에겐 마땅히 그 죄질에 합당한 형벌을 내려야 한다. 물리적인 최후의 통첩으로 사형을 선고하거나, 또는 무기징역이나 화학적 치료를 감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범행 동기에 따라서 판결을 달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모두가 하나의 결론을 도출한다. 이에 저자는 <확신의 함정>을 통해서 극악무도한 범죄에 따른 치밀한 분석뿐만 아니라, 법과 정의에 숨겨진 딜레마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누구나 뜻하지 않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 사회적으로 통용된 체계에 근거하여 엄중한 판결을 내릴지언정, 그것이 결코 최선이자 최상의 정답을 제시하는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게 저자의 의견으로 보인다.

 

형사사건 전문변호사로 그동안 수많은 사건을 담당해온 저자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와 같은 경험담 속에는 속된 말로 '눈뜬장님'이 되어버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비일비재했으며,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실태를 재분석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법의 모순을 찾아내어 우리에게 논리정연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물론 저자의 의견이 모두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이는 보편성을 지님과 동시에 우리의 눈과 귀를 멀게 했던 정의의 잃어버린 조각을 되찾게 해 줄 힘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확신의 함정>은 크게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진실과 거짓을 동반한 인간과 사회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흉악범에 대한 사형이 정당한 것인가, 자백은 정말 믿을 수 있는가, 음란함을 정하는 기준이란 무엇이며, 국가와 정의라는 알리바이가 지닌 딜레마와 반역자의 자식으로 사는 비운의 삶을 비롯한 우리가 미처 심도있게 다루지 못했던 삶의 결정적 오류를 다양한 각도로 재구성한다.

 

 

 

 

「억압적 사회체제, 끝이 보이지 않는 부정부패의 만연. 이런 상황에서 혹자는 혁명을 주장하고 혹자는 개혁을 말한다. 일시에 근본적으로 사회구조를 변혁할 것인가. 혹은 점진적으로 잘못된 점을 고쳐나갈 것인가는 사회의 모순을 몸으로 겪고 살아야 했던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 두 가지 방법이 전부일까?」-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시작된다. 형사사건 전문변호사가 제시하는 실제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엄연히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의구심을 품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인간, 인간으로 하여금 탈출구 없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좌절하게끔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불투명한 선입견 내지 가치관이 아닐까. 금태섭 변호사의 책을 읽는 동안 이 세상에는 옳고 그름이라는 정답 자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선택을 하기까지 우리는 무엇에 근거하여 그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게 되는지에 대하여……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에 기초한 인간의 양면성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흑색으로 반영되는 듯하다. 그것이 곧 확신의 함정일까. 정당함을 가장한 비양심적인 인간의 삶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확신의 함정>, 삶 자체가 딜레마에 빠질 경우를 대비하여 저자의 의견을 한번 읽어보는 것은 꽤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