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척전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최척은 홀어머니 밑에서 큰 김태현처럼 오로지 공부에만 열중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으나, 한편으로는 그도 혼인할 나이가 되고 보니 소녀를 한번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도 사라지지 않았다. 최척은 종이쪽지를 만지작거렸다. 그 때 스승이 돌아오는 기척이 나자 최척은 서둘러 시를 소매속에 감추었다.」- 본문 중에서
전란의 소용돌이를 헤쳐온 민중의 삶과 애환을 담은 소설 <최척전>
<최척전>은 조선 광해군 30년(1621)에 조위한이 쓴 한문 소설이다. 왜구의 침략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최척의 가족이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베트남에서 살게 되었으나 부처님의 보살핌으로 이십여 년 만에 극적으로 만나게 된 사연을 다룬 작품으로 보면 될 것이다. 가난한 살림에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아들의 장래를 뒷받침해 줄 수 없었던 최척의 아버지, 그는 아들 최척을 서당으로 보내서 학문에 정진하도록 격려한다. 일찍이 활쏘기와 말타기를 잘했던 최척, 그리고 그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연정을 품은 옥영이라는 여인이 있었다. 옥영은 최척에게 편지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표했고, 최척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 할 수 없는데……
「최척은 활쏘기와 말타기를 잘했기 때문에 의병대에 뽑혀 영남으로 떠나게 되었다. 한문을 잘 아는 최척은 진중에서 의병대와 명나라 군대의 통역을 돕기도 하고, 직접 싸움에 나가 활을 쏘기도 했다. (…) 싸움이 길어지자 최척은 옥영과 맺어지지 못할까 봐 병이 나고 말았다. 마침내 혼인날이 다가오자 최척은 의병장에게 글을 올려 휴가를 청했다. "나으리, 구월 보름이 혼인날인데 지금쯤 고향으로 가서 혼례를 치르고 돌아오면 안 되겠습니까?」- 본문 중에서
그러나 전쟁은 최척과 옥영의 간절한 사랑을 쉽사리 맺어주지 않는다. 최척은 전쟁터로 불려가고 옥영의 가족은 그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며, 다른 사람과 옥영의 혼사를 치르려고 한다. 옥영은 최척을 위해서 자신을 지키고 마음을 다잡는다. <최척전>은 전쟁이 일으킨 재앙과 참혹한 현실을 고발한다. 가족을 뿔뿔이 갈라놓은 것도 모자라서 한국과 중국, 일본에 떨어져 지내는 동안에도 그들의 고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언젠가는 만나게 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보다 견디기 힘든 것이었으리라. 부모님과 형제자매의 생사여부와 자신의 생존마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사람들…… <최척전>은 조선 시대에 씌여졌다고는 하나, 그 내용이 매우 사실적이고 전쟁의 잔혹함을 고발하는 등 여주인공 옥영의 당찬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강인한 여성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모두 나라는 달라도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이해하고 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서 전쟁으로 인해 겪은 가난과 고통을 등장인물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그 당시의 우리 민족의 아픔을 목격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최척과 옥영의 당찬 모습을 통해서 사람이 노력하면 그 어떤 불행한 운명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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