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옹고집전>

글쓰는서령 2011. 9. 19. 14:27

 


옹고집전

저자
이정원 지음
출판사
두산동아 | 2006-08-05 출간
카테고리
아동
책소개
『참 좋은 우리 고전』시리즈 제5권《옹고집전》. 본 시리즈는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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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고집의 심사가 이렇듯이 대단해서 하는 일마다 심술이니, 남 해코지를 좋아했다. 날이면 날마다 하는 일이 남의 송아지 꼬리 빼기, 호박에 말뚝 박기, 초상난 데 춤추기, 불난 집에 부채질, 싸움 난 데 화 돋우기, 똥 싸는 애 주저앉히기, 물 이는 계집아이 궁둥이 차기, 이웃 사람 이간질하기, 앞 못 보는 사람을 물쪽으로 인도해서 빠트리기, 곱사등이 만나면 뒤집어 놓기…… 뭐 이런 것이었다.」- 본문 중에서

 

불효자 옹고집이 잘못을 뉘우치는 과정을 그린 풍자소설 <옹고집전>

옹고집은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넉넉한 재산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다. 거느리는 머슴만 보아도 남자가 일흔둘, 여자가 마흔셋이나 되며, 집안 대대로 양반 가문에 살림도 넉넉하고 중국의 부자 석승이 봐도 입이 쩍 벌어져 울 정도로 웅장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에게는 팔십 먹은 늙은 모친이 있는데, 차디찬 방에서 끙끙 앓고 있음에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약 한 첩도 봉양하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스님이 동냥을 오면 두 귀에 말뚝을 박고, 머슴을 시켜서 볼기 치기를 하는 둥 온갖 악행을 일삼고 쫓아버린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시주는 무슨 놈의 시주! 너희 같은 중놈들은 계집 보면 입 맞추고, 고기 보면 뜯어 먹고, 술을 보면 침 흘리고, 흉악한 일 모두 하니, 네 죄를 다스리리라."(p.26)라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금강산에 사는 한 도승이 고놈의 옹고집이 얼마나 고약한지 직접 확인하고 오겠노라며 길을 나선다. 옹고집은 그 도승마저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쫓아내버린다. 이에 도승은 옹고집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안되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큰 해악이 될 것이니, 어떤 수를 써서라도 고약학 심보를 고쳐놓아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스님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었으나, 도승은 볏짚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옹고집과 똑같이 닮게 한다. 그리고 옹고집의 집으로 헛옹고집을 보낸다. 도승은 옹고집을 직접적으로 엄중히 다스릴 수도 있었으나, 이처럼 헛옹고집을 통해서 자신의 행실을 지켜보게끔 옹고집의 처지를 역전시킨다.

 

「헛옹고집이 내려온다. 금강산을 나와 경상도로, 경상도 길을 따라 옹당골까지 허위허위 뒤뚱뒤뚱 내려온다. 옷가지와 말소리, 행동거지와 걸음새까지 참옹고집과 똑닮아서 참오고집네 집 앞에 벌써 이르렀구나. (…) "나는 옹당골 사는 옹고집이다. 그러는 너는 어디 사는 누구냐?" 참옹고집이 놀라서 콧방귀가 꿍 나온다. 너무 이상하고 희한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한다. "아니, 그러면 너는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에 태어났는고?" 헛옹고집이 대답한다. "옹정년 옹정달 옹정날 옹정시에 태어났다."」- 본문 중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식구들마저 몰라보자, 옹고집은 헛옹고집을 데리고 고을의 사또를 찾아가서 엄중한 판결을 받기로 한다. 그러나 옹고집은 헛옹고집의 위세에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결국 가짜옹고집으로 판결받아 곤장만 두들겨 맞고 쫓겨나게 된다. 그 뒷이야기는 옹고집이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몹쓸 짓을 일삼았는지를 깨닫고 도승에게 눈물로 하소연하는 것을 끝으로, <옹고집전>은 우리에게 권선징악을 대주제로 깔아놓고 옹고집을 등장시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를 어기고, 사적인 욕심에 눈이 멀어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오만불손한 옹고집은 누구의 거울인가?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것은… 옹고집을 심판하는 역할을 도승이 맡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조선시대는 유교정신을 본받고자 불교를 억제하는 숭유억불 정책을 실시했었다. 이는 고려의 잔해를 없애기 위한 이성계의 뜻도 담겨있으리라 보여지는데, <옹고집전>이 조선시대의 양반을 옹고집의 악한 행실에 빗대어 신랄하게 비판했음을 토대로, 어쩌면 신진사대부 즉 기득권 세력이 숭배하는 유교사상에 대한 날카로운 심기를 드러낸 것은 아니었나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금강산 깊숙한 곳에 기거하는 도승과 스님들을 보면 불교를 탄압하는 세력에 의해 쫓겨난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며, 도승이 헛옹고집을 만들어 지상으로 보냈다는 것은 자신들이 숭배하는 불교 정신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천지간에 몹쓸 사람! 앞으로 또 늙은 어미를 찬 방에 모시고 구박하겠느냐? 부처님의 자비심을 모른 척하겠느냐? 너의 그 흉악한 마음을 다스리려고 헛옹고집을 보냈으나, 이제 네가 마음을 고쳐먹고 사람답게 살 것 같으니, 너의 그 갸륵한 마음을 보아 용서하겠다." 그러면서 웬 부적 한 장을 써 준다. "이 부적을 가지고 네 집에 돌아가 방 안에 붙이고 왼발을 구르면서 주문을 외우면, 네 집에 있던 헛옹고집이 싹 사라질 것이니, 가서 착하게 지내거라."

 

<옹고집전>은 그저 권선징악이라는 교훈을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는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대적 상황을 배제하고 해석한다면 이쯤에서 마무리하면 될 것이나, 내가 앞서 말한 숭유억불 정책과 유교사상의 관계를 어떻게 드러냈느냐에 대한 관점으로 읽어볼 필요성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고집도 어느 정도 부려야지, 옹고집처럼 살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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