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담다/책 속의 문장

2011. 07 출판저널 중에서

글쓰는서령 2011. 7. 7. 09:57

바야르는 이른바 '예상표절'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양상을 짚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의적인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독서에 대한 케케묵은 강박관념을 탈피하라고 주문한다. 읽기 시작한 책을 끝까지 정독해야 한다는 관념, 독서는 기본적으로 교양을 쌓기 위한 좋은 활동이라는 일반화, 고전들에는 숭고한 의미가 문장마다 깃들어 있을 것이라는 신비주의,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나 명망 있는 평론가들의 해박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는 권위주의를 통렬하게 부수라고 권유한다. 시기적절하게 건너뛰면서 읽을 수도 있고, 책의 서문만 읽다가 내팽개칠 수도 있으며, 결말부터 시작해서 역순으로 읽어도 좋고, 책의 날개나 표지에 쓰인 핵심적인 소개만 훑은 뒤 책의 전체를 아우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얼핏 수용미학적인 관점에서 읽는 이의 주체적인 독서능력을 강조하는 것 같은 그의 이론은 궁극적으로 다의적인 해석을 지지한다. 아가사 크리스티 같은 내로라하는 추리소설의 대모에서부터, 영문학의 정전인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그만의 독서방법으로 읽으며 그는 아직까지 논의되지 않은 새로운 해석법을 제시한다.

 

바야르가 "독서를 또 다른 창조행위라고 본다. 독자는 결정적인 주관성을 지니기에 독서행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체이다"라고 강조하자,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바야르가 일면 폴 드 만의 '오독' 이론을 훨씬 진일보하게 개진시킨 성과가 있다"고 고평하였다. - <2011년 7월호 출판저널, '창조적으로 독서하는 방법' 중에서(p.52~55)

 

 

 

 

 

 

 

김연수 작가는 "추리과정도 비평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완성된 소설을 다시 읽으면 어떻게 이 작품을 썼는지 도저히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나로서는 불가능한 부분에 도달한 것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쓰려던 것 전체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고 고백하며, 창작과정에서 작가의 의식적인 노력만으로 서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알렸다. 또한 "이미 존재했던 어떤 불명확한 작가들의 작품과 접속이 되어서 소설을 쓴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라고 말하며, 그의 작품에서도 무수히 많은 "예상표절" 이 일어난다고 우회적으로 밝혔다. - <2011년 7월호 출판저널, '창조적으로 독서하는 방법' 중에서(p.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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