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생각하는 방

내가 책을 읽는 법

글쓰는서령 2010. 11. 2. 19:55

 

 

추상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책 제목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것은 시대가 바뀌고 인간의 습성이 때에 따라 변하는 것처럼,

독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한 작가의 미묘한 마법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그것을 숨겨두었다가 엄중히 선포하는 것처럼

그 과정을 얼마나 박진감 넘치게 묘사하였는가가 작가의 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같은 내용을 설명할지라도 어떻게 표현했으며, 어떠한 언어적 가치를 부여했는지에 따라

책을 통한 감동의 여운도 달라지는 것 같다. 그것은 작가가 지닌 발상의 전환임과 동시에 하나의 관념처럼

자리잡은 언어의 일차적 요소를 과감히 탈피할 줄 아는 신통한 능력과도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나의 문장을 읽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연관성을 유추하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언제부터인가 책이 책으로 보이지 않았다면 누가 믿을까? 하지만, 정말 책은 그 이상의 것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진리 속의 진리를 거듭 강조하는 책을 계속 읽다보니, 나 자신이 진리가 되는 기준점을 찾았다.

그것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라는 생물체를 향한 불필요한 겉옷을 과감히 벗어던지는 과정의 시작이었다.

 

한 권의 책을 읽고서, 다시 그 책을 향해 접근하는 나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발견해내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여백의 공간에 그어진 무수한 밑줄을 바라보면 눈으로 글자를 새겨넣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잠재된 정신을 표출하는 하나의 의식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은 책에서 시작되었고 책에서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