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서령 2010. 10. 4. 18:42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형체가 둘로 나뉘어 보이기 시작했다.

산사람의 형체에서 불투명하게 그 사람의 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감이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면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산사람의 모습에서 이중적인 형체를 보게 되었다.

눈과 코, 입, 귀, 손, 발, 몸뚱아리 그 전체가 제각기 따로 노는 모습이 보였다.

그 중심에 자리한 산사람의 머리는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사람의 형체가 나타나면 전체적인 불균형이 보였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소리와 소리가 부딪히면서 울리는 잡음은

나의 신경을 집요하게 흔들었다.

내가 잡음인지라 잡음밖에 들리지 아니하는 것이니, 무어라 할 말도 없다.

내가 보는 것과 내가 보는 것은 다르다.

내가 느끼는 것과 내가 느끼는 것도 다르며,

내가 만지는 것과 내가 만지는 것도 다르다.

내가 듣는 것과 내가 듣는 것 또한 다를 뿐만 아니라,

내가 인정하는 것과 내가 인정하는 것 자체도 다르다.

우리는 두 사람이다.

 

지금 보이는 이 글을 적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가 적고 있지만 또 다른 내가 같이 적고 있다.

우리는 서로 교감을 주고 받으며 그 전파를 이렇게 내보낸다.

 

산사람의 형체가 둘로 나뉘어 보인다고 했던가?

그것은 다름 아닌 내가 나를 보고 느끼고 만지는 것이었음을,

나는 그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네.

무서운 징크스다. 나를 안다는 것만큼 거부할 수 없는 사실 그 자체라는 것이 말이다.

둘을 본다는 것만큼 지독한 징크스도 없을 것이다.

내가 나를 볼 수 있다는 것, 내가 나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내가 두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은

이제서야 나라는 본질을 찾았다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이렇게 글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전혀 두렵거나 불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두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