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카사노바 살인사건>

글쓰는서령 2010. 9. 17. 23:01

 

 

 

 

 

책제목 : 카사노바 살인사건

지은이 : 리타 라킨

출판사 : 좋은 생각

 

 

 

 

대부분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완벽한 인재상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보통 사람의 수준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예리한 관찰력과 추리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보통 추리소설에 나오는 탐정의 연령대는 30대에서 50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시중에 널리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제외하고 말이다.

참고로 애니메이션에서 코난은 원래 고등학생이지만 검은 조직의 사건에

휘말려 이상한 약을 먹고 초등학생이 되어버린다.

이건 그냥 탐정의 연령대를 이야기하면서 우스갯소리로 적어보았다.

 

 

그러고 보면 추리와 소설의 교묘한 조화를 이루는 데에 큰 일조를 하는 탐정을 선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을 것 같다.

독자들에게 더욱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화끈한 소재를 담고자

많은 작가가 노력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만약 평균 연령 70세의 할머니 탐정단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오랜 연륜으로 다져진 경험으로 젊은 탐정을 능가하는 매력을 물씬 풍길 수도 있지 않을까?

 

 

<카사노바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탐정은 평균 연령이 70세 이상인 할머니들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인간의 최대 잠재 능력을 얼마만큼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내용도 있고 노년이 아닌 황혼이라 불리고 싶은 그녀들의 생애 가장 아름다운 활약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전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살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향년 95세의 에스더 퍼거슨과 그녀로부터 '로미오'라 불리는 연인 필립 스마이스

최고급 실버타운에 사는 퍼거슨을 찾아온 스마이스는 그녀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던 중,

로미오와 줄리엣의 2막 1장의 대사 "안녕, 안녕! 작별은 이렇게 달콤한 슬픔이기에."를 속삭이며,

그녀를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밀어 넣어 익사시켜버린다.

 

 

「"확실히 어떤 패턴이 있는 것 같아."

  (중간 생략)

  "그 남자는 실버타운에서 여자를 고르는 게 분명해."」p.107

 

 

그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카사노바 살인사건>은 독자에게 범인을 먼저 알려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의 화자인 글래디스 골드는 자신의 친구들인 아이다 프란츠, 벨라 폭스, 동생인 에비와 함께

에스더 퍼거슨의 아들로부터 어머니를 살해한 용의자를 찾아달라는 사건을 맡게 되는데…….

 

「"75세 이하는 믿지 마라?"

  그는 심드렁하게 표어를 읽더니 이렇게 물었다.

  "이게 사훈입니까?"

  "그냥 직원용 농담이죠."」p.61

 

이 책은 노년의 새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사건을 파헤치는

할머니 탐정단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도 가득하다.

늙어가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 종착점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도 사랑 할 수 있으며, 우리도 예쁘게 치장하고 섹시한 옷을 입을 수 있다고 외친다.

여느 젊은 사람 못지않게 때로는 깜찍하게, 때로는 발칙한 상상을 하는 그녀들!

 

 

「늙는 것이 죄라고 누가 말했나?

  노년의 시간은 드물게 찾아오는 달콤함과 사랑 그리고 수많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지만 언제나 놀랄 일들로 넘쳐 난다.」p.493

 

그렇다. 늙는 것은 절대 죄가 아니다. 오히려 칭송받아야 마땅할 거룩한 것이다.

글래디스 골드와 그녀의 친구들의 멋진 활약이 나에게 노년의 색다른 묘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카사노바 살인사건>유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할머니 탐정단의 활약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뭔가 색다른 탐정 소설을 찾고 있다면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