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독서뿐> : 독서에 임하는 자세를 점검하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보다
모든 일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 것이며,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하물며, 독서라는 것도 그러하다. 이유 없이 시작된 독서란 있을 수 없다. 내 안에 결핍의 욕구가 강하게 일어났던 것이 계기였을까. 그 결핍은 무엇으로 인해 생겨났던 것일까. 항상 난 궁금했다. 나는 지금 왜 책을 읽고 있는지에 대하여.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히 나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나는 책을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읽으며, 독서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글쓰기의 참된 목적은 또 무엇인지.
몸과 마음이 자유를 누리는 순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먹고 살기 편해진 사람은 애써 침묵하거나 기도를 올리지 않는다. 반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재력을 두루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매 순간 즐겁게 살기에도 하루가 부족하니, 쾌락과 행복 사이에서 뜬구름처럼 살아간다. 그렇다고 심신이 괴로운 사람만이 항상 침묵하거나 기도를 올린다고 할 수도 없다.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족하고, 그것을 밑천으로 삼아서 더욱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하나 있다. 어쩌면 평생 열리지 않을 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결과는 우리가 어떤 신념으로 처신하느냐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할 것이다.
자족의 함정을 빠져나오기 위해 시작된 독서
그 무엇에 만족한다는 것도 결국 스스로 품어온 욕심에 불과하다. 어떤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자신의 처지에 가장 적합한 책을 찾고 있다. 그리고 책을 통해 '답'을 얻으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뜻대로 책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그는 책을 업신여기어 다시 절망으로 들어가 버린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에게 답을 알려주지 못한 책이 문제였을까. 하나 분명한 것은 그의 삶은 다시 생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랬나 보다. 나는 타성에 젖어가는 이 모습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더 이상의 변화와 시도 없이도 삶은 안전하게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 이것이 바로 함정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답을 구하려는 독서가 아닌 '내가 걸어갈 길'을 사랑하기 위한 독서의 시작이었다.
「맹자가 말했다. "학문의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자기에게서 돌이켜 구하는 것일 뿐이다." 오늘 한 마디를 읽으면 반드시 이와 같이 하고, 내일 한 사람을 보면 반드시 이처럼 한다. 또 이튿날 한 가지 일을 들으면 꼭 그렇게 한다. 읽은 책이 나날이 더 많아지고 세상에서 듣고 본 것이 날로 더욱 넓어지면 고금과 천하의 좋은 점이 모두 내게 갖추어져서, 고금과 천하의 악함은 터럭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다.」p.367
내가 정신을 다스리는 법에 대하여
《오직 독서뿐》은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의 독서법을 소개한다. 그들은 책을 읽으면서 심신을 다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누구의 말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독서를 더러 왜, 어떻게, 무엇이라는 물음으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독서는 분발의 욕구를 자극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 무엇에 분발하고자 애쓰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닮기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 인정하여 사는 법'을 터득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독서는 자발적으로 시작되어야 그 진가를 몸소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선인들의 독서법을 간략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몸소 실천하여 발견해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내가 굳이 알아듣기 쉽게 풀이한들 무슨 감동이 있을 것인지. 그럼에도 그들의 독서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직접 읽어보았으면 한다. 장담컨대, 첫장을 넘길 때에는 신비로우나 열댓 장을 넘길 즘이면 스스로 부끄러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배움은 노소가 다르다. 젊어서는 정력이 남아도니 모름지기 읽지 않은 책이 없어야 하고, 그 의미를 궁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이가 들게 되면 주력할 것을 가려야 한다. 한 가지 책을 읽다가 뒤에 공부하기가 어렵겠다 싶거든 다시 읽어 깨달아 이해해야 한다. 침잠하고 따져 살펴 지극한 곳까지 마저 살펴야만 한다.」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