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 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우아한 거짓말
우아한 거짓말
「그게 마지막이었다. 천지는 그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마는 남편을 보낸 지 구 년 만에 어린 딸까지 보내고 만 것이다. 아직 그 작은 부탁도 들어주지 못했는데. 집주인은 더 이상 보증금 얘기를 하지 않았다. 집을, 비우라고 했다.」p.12
천지의 죽음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 낙인처럼 파문을 일으켰다. 여리디여린 소녀를 힘들게 했던 것은 약자를 멋대로 다룬 강자, 자식의 속을 파고들지 못하고 겉에서 맴돈 부모, 권위와 복종 사이에서 밀고 당기기를 겨루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였다. 책은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희생된 또 하나의 외로움을 말한다. 살갑지 않은 부모로부터 소외된 화연, 아이는 친구들에게 소외되어 상처받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자신의 용돈으로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과 즐거운 놀이를 제공했다. 그러던 와중에 천지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고, 그 아이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말수가 적고 약해 보이기까지 했다. 화연은 천지와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천지를 가장 괴롭히는 친구가 되기 시작했는데……
「역시 미라는 알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게 겁이 났습니다. 잘못을 뒤엎을 만한 능력이 없는 아이가, '너 당하고 있어.' 라는 반쪽짜리 진실만 가지고 거드름을 피우는 게 싫었습니다. 차라리 화연이의 실수로 아는 게 나았습니다.」p.97
책은 청소년에게 일어나는 학교폭력을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책이 선정한 주제를 여러 갈래로 나누자, 청소년의 내면이 보이기 시작. 청소년을 둔 부모의 처지와 현실이 가차 없이 드러났다. 독자의 입장에서 한 소녀의 죽음에 숨겨진 진실과 거짓을 풀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청소년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비단 책이 다루는, 시사하는 것만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왕따, 학교폭력이라는 타이틀 너머에는 뒤엉킨 실타래보다 더욱 복잡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문학의 현실을 통해서 어떤 희망과 장래성을 발견하고 만들기가 참 쉬운 것이 아님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