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서령의 50+50

49. 나는 더 많은 것을 알려고 한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글을 위해서…

글쓰는서령 2012. 5. 28. 06:13

 

링컨은 "더 많은 것" 안에서 여러가지를 발견했다.

자기 주체의 본질,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발견했고,

과거는 얼마나 오래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 나름대로 인식했고,

화석 기록을 알게 되었고,

자연과 진화의 끊임없는 과정을 믿게 되었다.

또 유추를 통해서 자신이 이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를 시작으로 자기탐구를 계속하여

자신의 가변성을 인식하게 된다.

링컨은 무척 정확한 표현으로 시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지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글을 쓴다.

- 프레드 캐플런의《링컨》중에서

 

 

 

서령 : 나는 풍자와 해학을 넘나드는 창조적 발상으로 글을 쓴다. 때로 지나친 추상성으로 독해가 불가능한 글을 쓰기도 한다. 서두에서 의미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다가 다시 본론에 들어가면 그 의미를 없애버리기도 한다. 생각하고 난 후에 글을 쓰고, 또는 글을 쓰면서 생각하기 때문에 일관성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쓰고자 할 때, 하나의 주제를 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주제가 새로운 주제를 암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주제가 다양한 글을 쓰는 편이다. 읽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글,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란, 지나친 통일성을 피해야 한다고 본다. 상반되는 입장 혹은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객체와 객체를 교묘하게 삽입하여 글 자체가 입체적으로 살아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글에 사용하는 단어의 선택도 중요하다. 나는 좋은 글이란 단어의 탁월함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환상적인 단어, 글의 주제를 찰나적으로 각인시키는 상징적인 단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하나의 글감을 찾았을 때, 글감의 특성과 가치를 유추함과 동시에 별도로 마련된 단어창고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나는 항상 책을 읽으면서 문장을 꾸며주는 단어를 형광펜으로 표시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만들어 놓은 단어사전에 옮겨 적는다. 중복되는 단어와 의미가 비슷한 단어를 선별하여 마치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듯, 단어와 단어를 조합하기 시작한다. 내가 찾아낸 글감을 꾸며줄 하나의 단어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글감 자체를 아무런 변형 없이 글에 바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 같은 방법은 책을 통해서 글감을 찾아냈을 경우에 사용하는 편이다.

 

때로 체험을 통해서 글감을 발견하기도 한다. 글쟁이에겐 모든 경험이 글의 모태가 된다. 체험은 나의 인지구조를 실질적으로 자극하는 꽤 유용한 글감을 제공한다. 하여 글을 쓰는 사람은 더욱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무조건 많은 것을 찾아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 그것을 어떻게, 왜 찾아야만 했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가끔 직감으로 글감을 찾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시작된 탐색의 과정이다. 그러나 이 경지에 도달하려면 우선적으로 글감을 향한 기본적인 자세부터 갖추어야 할 것이다. 기본이 된 사람은 보고 들리는 족족 창조적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을 절로 키우게 되기 마련이다. 

 

나는 더 많은 것을 알려고 한다.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문을 활짝 열고 나아간다. 내가 존재하는 공간, 그 이상의 세계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사고의 침체를 경계한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모습 자체를 통해서 사고의 흐름을 읽어내며, 그 흐름을 주기적으로 제어하기도 한다. 흐름의 방향을 통제하여 기존의 지식을 한곳에 가득 채운다. 지식이 팽창하여 폭발하려는 찰나에 글을 쓰기 위한 준비자세를 갖춘다. 그리고 사고의 분화구에서 터져 나오는 지식을 직감으로 낚아채기 시작한다. 그렇게 건져낸 것이 곧 글감 또는 상징적 단어가 되어 글에 직접적으로 투입된다.

 

글쓰기는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은 끊임없이 탐색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팔딱팔딱 뛰는 심장 소리처럼 생생한 글을 쓰고 싶다면…… 지금의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나는 지금 앞으로 평생 써먹을 나만의 글쓰기 비법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래서 지금 쓰는 모든 글은 감히 완성작이라 말할 수 없다. 나는 매일 글쓰기 연습을 하는 셈이다. 무조건 쓰는 것, 글을 계속 쓰고 또 쓰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을 멈추지 않고, 나의 오감을 자극하는 모든 것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잡념을 떨쳐버리고 오직 하나의 느낌에 집중하여 사고를 확장하고자 노력한다. 오늘도 글쓰기 비법을 향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 중이다. 적어도 10년, 20년은 이 연구에 매진해야 할 듯하다. 나는 감히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연구는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글을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