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삶으로의 긴 여행> : 꿀을 모으는 것이 전부는 아니야
꿀벌,삶으로의 긴여행
꿀을 모으는 것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아.
꿀벌의 작은 깨달음, 삶으로의 성찰, 내면의 진리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 《꿀벌, 삶으로의 긴 여행》은 철학을 말하는 책인가? 꿀벌의 인생 예찬론인가. 일벌로 태어나 평생 일만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버즈는 알게 되었다. 오직 자신이 하는 일이라곤 종족 번식에 이바지하고, 온종일 꿀과 꽃가루를 찾아다니고, 여왕개미에 절대복종하면서… 그게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따금 버즈는 몽상에 빠진다.
"우리는 날마다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왜 이렇게 끝없이 일만 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 우리가 사는 이 계곡은 무척 아름답다. 하지만 모든 벌들이 오직 더 큰 집단을 만드는 일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다."(p.22)
나는 공상의 세계로 떠난다. 그렇게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향해 눈을 뜨려고 한다.
집단으로부터 골칫덩어리라 불리는 버즈. 그런 버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늙은 벌 사티암, 그가 말한다. "너는 다른 벌들과는 다르다. 때로는 그것이 너에게 무척 힘들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차원에서 해석을 내리고 싶다. 네가 지금 겪는 이 과정은 너의 존재를 더 높은 차원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신의 섭리이다. 하지만 네 스스로 그 섭리를 막아버린다면 그러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나를 높은 차원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버즈는 지금 이곳을 떠나고 싶어했다. 자신이 존재하는 곳이 아닌 저 높은 산골짜기 너머의 새로운 세상으로……
"버즈는 사티암의 충고를 따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별로 행운이 뒤따라 주지 않았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과는 그를 아주 멍청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더 산 너머의 세계에 정신을 빼앗겼다."(p.41)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던가. 지금 당신이 존재하는 곳을 떠나면 더 멋진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버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산꼭대기를 향해 날아올랐다. 이따금 비바람과 천둥을 만나 온몸에 멍이 들고 상처가 생기기 일쑤였다. 포기하고 싶었다. 왜 이런 고생을 하면서까지 저 너머의 세상으로 가야만 했던가. 《꿀벌, 삶으로의 긴 여행》은 우리에게 말한다. "행복은 추구해서 얻어지는 어떤 대상이 아니라, 일의 결과로써 찾아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존재하는 곳에서 그 무엇을 하더라도, 내가 진정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며, 새로이 탄생할 미래를 위한 것 아니겠는가? 막연한 동경으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토록 갈망하던 세계는 만족스러운 것이라 확신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가.
누구나 버즈처럼 긴 여행을 다녀오기 마련이다. 버즈는 그토록 원하던 세상을 다녀왔다.
버즈는 갈망의 세계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 세계를 본 순간, 버즈는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왜 나는 이곳까지 넘어왔으며, 너는 무엇을 기대했는가?" 자신이 살던 집단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버즈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진실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학창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겁 없는 십 대가 보여준 무모한 도전과 삶…… 현실에 눈 뜨지 못하고 화려한 세계만을 추구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 나는 내 삶에 만족하는가?', '이보다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버즈처럼 현실을 떠나봐야 알 수 있을까. 이 현실의 소중함을…… 오직 이 순간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이 삶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 묻고 대답을 기다려보아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꿀벌 버즈의 기나긴 여행, 짧지만 강렬한 영적 체험을 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꿀을 모으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꿀을 모으는 동안에… 그 이상의 것을 찾아내는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