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서령의 50+50

43. 자기만의 방, 내가 새롭게 태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글쓰는서령 2012. 5. 22. 08:36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방대한 주제일지라도

망설이지 말고 온갖 종류의 책들을 써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무슨 수를 써서든지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해보고

책에 관해 몽상하며 길모퉁이를 배회하고,

강 속 깊이 사색의 낚싯줄을 드리울 수 있기에 충분한

자신만의 돈을 여러분이 소유하게 되기를 희망해요.

- 버지나아 울프 《자기만의 방》중에서

 

 

 

서령 : 나만의 공간을 만들다. 나 아닌 것을 배척하고 오직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기적인가? 불과 며칠 전, 나는 환경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때로 환경 속 나만의 공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내가 나이기를 간절히 바라거늘, 적어도 나를 위한 공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공간은 나의 정신을 모을 수 있을 만큼 확보하면 되는 것이다. 정신, 이 무한함을 모으겠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공간의 무한함을 뜻하는 것, 고로 내가 존재하는 곳이 곧 나의 공간이다.

 

서령의 서화 공간, 이 공간은 무한하다. 적어도 내가 추구한 지적 산물이 가득한 곳이며, 유한함이 득실거리지 않는다. 정신의 지속적 팽창이 가능한 곳, 나는 이 공간에서 정신의 수축과 팽창에 심혈을 기울인다. 나만의 공간 속에서 하나의 글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무성으로 몰입하여 나의 기운이 가득 찬 이 공간에서 나는 창작의 비애를 겪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공간 속 정신이 속세를 빠져나간다. 나에게 무언으로 다가오는 하나의 징표를 읽기 위해서 낮과 밤을 포기했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나와 당신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 나와 당신이 새롭게 태어나는 곳이기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에 얽매여 공간의 필요성을 망각했단 말인가. 지레 겁을 먹어 포기했던가. 나는 감히 기대한다. 서령의 서화 공간이 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하여. 이곳이야말로 바로 나만의 공간이며, 나의 역사가 시작되어 나로 하여금 새롭게 태어나게 만드는 곳이다. 일찍이 외로움을 달래주는 곳이라 생각했다. 내 글을 읽어주는 이 하나 없어도 악착같이 글을 쓰고 또 써왔다.

 

공간은 나를 미치광이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돌려주기도 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악전고투하며… 창작의 힘을 길러왔다. 그리고 지금도 창작의 비애를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비애가 소멸하여 다시 힘으로 태어나기를 갈망한다. 처음, 내가 공간을 만들고자 했으나, 결국에 공간이 나를 만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누군가 나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가차 없이 두 팔 벌리고 막을 것이다. 나는 이미 돌아가기엔 너무 먼 곳까지 와버렸다. 지금 이 순간이 오기까지… 내가 미치광이가 되어야 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모두가 말한다. "나 하나로 족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공간이 있고, 반드시 길은 존재하는 법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의 창조물을 위하여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공간의 비애가 참으로 매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