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서령의 50+50

32.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버리고 가벼운 존재가 되려고 한다

글쓰는서령 2012. 5. 11. 04:00

 

무게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의 삶은 실제적이고 참된 것이 된다.

그러나 무게가 전혀 없을 때 인간은 공기보다 더 가볍게 떠올라

세속으로부터 멀리 떠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절반만 실제적이고

그의 동작은 자유로운 동시에 무의미한 것이 된다.

자, 그러니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무거운 것? 아니면 가벼운 것?

-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중에서

 

 

 

 

서령 : 인간은 무거운 존재인가. 자유의 무게에 속박당하여 사는 비천한 존재였던가. 그에게 허용된 공간은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녔던가?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 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때로는 마음 둘 곳이 없어서 외로운 사람도 있다. 애정을 쏟아낼 존재가 없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몸은 가볍게 하되, 정신은 나날이 살 찌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따라가면서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어놓은 문장을 찾기에 바빴다. 갑자기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었다. 그래서 책장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이 책을 찾아낸 것이다. 오늘따라 책이 무겁게 느껴진다. 나는 아직 아침밥도 먹지 못하여 속이 텅 비어있는데, 나는 가볍고 책은 무겁기만 하다.

 

책이 묻는다. "자, 그러니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무거운 것? 아니면 가벼운 것?" 당신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욕망과 자유의 무게에 대하여. 나는 때로 인간으로서 가볍게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생각한다. 궁핍한 삶을 살아가겠노라며…… 가진 것이 많을수록 나는 구속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이른다. 이 몸이 무거울수록 마음은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언젠가는 나의 소유물이 도리어 나를 소유하게 될 것이니…… 버릴 수 있을 때, 버리고자 할 때,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버리고 가벼운 존재가 되려고 한다.

 

밀란 쿤데라가 말한다. "무게가 전혀 없을 때 인간은 공기보다 더 가볍게 떠올라 세속으로부터 멀리 떠나게 된다." 그러나 나는 세속을 떠날 수 없다. 그것은 한때의 로망이었지, 이 삶의 종착점은 아니다. 나는 이상과 현실의 기로에서 이 몸과 마음의 중심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내가 가벼운 공간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이 몸과 마음의 무게를 버려야 하듯…… 때로 무거운 공간에서는 나 자신을 엄하게 다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목숨이 떨어지지 않는 한, 이 몸과 마음은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젠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볍게 날아오를 것이니… 지금은 조금 무겁게 살아가되, 서서히 가벼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 나를 움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