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기록/서령의 50+50

10. 그대의 존재, 역사, 삶… 이 모든 것의 가치를 깨닫기까지…

글쓰는서령 2012. 4. 19. 00:00

 

백 년의 세월이 흐르기 전에는

그 누구도 어떤 뉴스가 정말 의미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니체)

 

 

 

 

서령 : 우리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여, 그 독자적이고 뛰어난 우수성을 인정한다는 것. 어떤 존재의 양과 질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그것이 지닌 잠재력과 완전무결한 품질의 독창성을 가려내는 것, 그리하여 지금 이 시기에, 이 순간에 자타가 인정하는 기준을 거뜬히 통과하였을 때라야, 비로소 그것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위대한 명작이며, 고결한 삶이며, 불멸의 존재가 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모든 존재가 우리에게 칭송받을 수는 없었다.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는가.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 존재를 따라올 자는 아무도 없으며, 그 존재의 진가를 드디어 발견하였다고 말이다.

 

우리가 어떤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기까지의 과정.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실제접근가능하고, 접촉할 수 있으며, 실용성이 있는 것이라야 그 존재는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 모든 존재가 시대의 요구에 적합한 형태를 추구할 수는 없는 법. 굳이 하나를 말하자면, 인간이 바로 그런 존재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은 살아생전에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기 위한 욕구로 가득 찬 존재다. 자기 자신과의 타협을 뛰어넘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제 실력을 검증받아야만 하고, 그래서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한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수 천년의 세월이 흐르고도 우리의 곁을 맴돌며, 우리의 사고와 지성에 깨달음을 주어, 그 깊이가 나날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되고 마는 역사 속 존재들, 그들은 자신이 생존했을 당시부터 그 능력의 우수성과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던가. 그들의 고차원적 의식이 평범한 사람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나. 현재, 지금의 우리에게 주어진 지식과 분별력으로 용납할 수 없는 하나의 존재가 있다는 것이 곧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는가?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에 자신과 공존하는 존재의 가치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심사를 통과한 존재는, 그야말로 현재 우리의 생존본능과 직결된 것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기에, 지금 이 시대가 지나고 다음 시대가 찾아온다면, 지금과는 다른 본능, 의식에 의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소외되고, 억압되어, 소멸되어야만 했던 존재의 가치는 다음 시대를 위한 것. 그 누구도 지금의 존재에 대하여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와 당신이 생존하는 동안에 인정받는 가치와 실력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나와 당신이 뜻을 함께했던 모든 인간이 이승을 홀연히 떠나고 난 후에야, 새로운 인간에 의한 뜻이 세워지고, 본능이 자리하여, 우리의 업적이 더욱 정교하게 검증될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에 우리가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음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