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 :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 테라피
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
오늘은 뱃사공이 되어 고즈넉함을, 그러나 내일은 조종사가 되어 하늘을 날아오르리라.
라면을 끓이려고 냄비에 물을 한가득 부어놓고 가스레인지에 올려둔 적이 있었다. 몇 분 정도 지나서 뚜껑이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김이 솟구쳐오르고 거품이 바글바글 튀어나오는 냄비를 목격하게 되었다. 물이 넘쳐서 흘러내리고 가스레인지 불꽃은 용암처럼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러다 불을 줄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냄비는 얌전해졌고 물은 반쯤 사라지고 없었다. 그건 나와 냄비에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잠잠하게 시작된 열기가 기어코 냄비의 뚜껑마저 열리게 만든 것이다. 나는 라면을 먹으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라면을 끓이기 위해서 냄비가 뚜껑까지 열었다. 내가 불을 낮추자, 냄비는 다시 화를 식히고 뚜껑을 닫았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나는 냄비를 향해 나 자신을 투영시킨 것이다.
나를 열받게 하는 그 불꽃에 대하여 말이다. 그리고 내가 먹으려던 라면, 그것은 내가 직면한 과제와 같은 것이다. 자극받은 냄비가 찬물을 뜨겁게 달구듯, 나를 자극하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생뚱맞게도 인생은 라면과 냄비인가? 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고작 라면을 위해서 냄비가 온몸을 불사르고 안간힘을 써야만 했던 것… 그게 이 청춘과 다를 게 무엇 있으랴 싶었던 게다. 불꽃만 조절해주면 무난히 끝나고도 남을 라면요리인데, 청춘의 과한 열정이 시답잖은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과 묘하게 겹치는 이유가 뭘까.
"나는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인 데다 탈출할 재주도 없다. 하지만 그 순간 내게 절망은 추락사가 아니다. 손가락이 아프다, 더 이상 내 무게를 견뎌 내기 끔찍하다, 라는 그 감각이 바로 절망이다. 아픔 너머에 기다리는 절망은 아무래도 좋다. 진짜 절망까지 한 걸음 남은 곳에서 나는 이미 절망하고 만다. 절망적인 기분이 들 때면 지금 느끼는 절망감이 최종적인지, 혹시 진짜 절망의 직전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p.30 절망감 중에서)
《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은 그런 시답잖은 청춘에 대해서 말한다. 저자는 절망감, 상실감, 혐오감, 허무감, 고독감, 초조감, 무력감, 과대감, 죄책감, 불안감, 피해감, 공허감, 위화감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과 생각을 유쾌하게 들려준다. 잠잠했던 청춘의 냄비를 쥐고 흔드는 불꽃의 정체에 대해서 말이다. 청춘의 삶은 부질없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기에 짧고 강렬한 것임을 암시하는 것일까. 청춘은 가진 것 하나 없는 신세임에도 꿈 하나로, 열정 하나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기에…… 이 책은 청춘에게 불편한 진실만이 담겨 있다. 우리가 절망과 상실 그리고 허무와 고독을 겪어야만 했던 안타까운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말한다. 지금 이 세상과 이 순간이 청춘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청춘의 감정으로 해석하는 세상 속 이야기가 덜 익은 감을 한 입 베어먹은 듯, 떨떠름하게 돌아다닌다. 오늘도 냄비 뚜껑은 신명 나게 들춤과 날춤을 춘다. 때론 열정이 지나쳐 모든 수분이 증발할지라도, 나는 신명 나게 청춘을 달구고 싶다. 별 볼 일 없는 청춘일지라도……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 테라피, 《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한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