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아동도서 리뷰

<책 읽는 도깨비>

글쓰는서령 2011. 12. 14. 21:13

 


책 읽는 도깨비

저자
이상배 지음
출판사
처음주니어 | 2008-10-21 출간
카테고리
아동
책소개
도깨비들이 드디어 책 읽는 맛을 알았구먼! 『책 읽는 도깨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누구지?" 공책도깨비는 선생님 같은 목소리로 물었어요. "어떤 책요?" "그게 어떤 책이냐 하면… 아, 인불통고금이면 뭐 이런 거…." "인불통고금이면…. 그거 좀 어려운 책 같은데?" 여학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아, 세종대왕은 책을 밥보다 더 좋아했고요,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았대요." 하고 가르쳐 주었어요. "세종대왕과 안중근 의사…. 그분들이 어디 사는지 아니?"」- 본문 중에서

 

고리짝도깨비는 구두쇠 영감의 돈 궤짝이었다. 영감은 돈에 곰팡이가 피어도 쓰지 않는 구두쇠였다. 매일같이 고리짝의 개수를 늘려가면서 덩달아 쌓여가는 돈더미를 보는 것을 유일한 행복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영감의 집에 도둑이 들어와서 고리짝을 훔쳐 달아났다. 그리고 돈만 꺼내고 고리짝은 버리고 말았는데, 그 궤짝이 바로 고리짝도깨비가 되었다. 도깨비는 항상 맡아오던 돈 냄새가 그리워서 영감을 찾아가게 되고, 결국 영감의 돈 궤짝을 하나둘씩 훔쳐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고리짝도깨비는 한순간에 떼부자가 된 것이다. 그 소문을 듣고 나타난 빗자루도깨비가 된 '몽당비'와 너덜너덜 누렇게 해져 귀신이 된 공책도깨비가 찾아온다. 그들은 돈방석을 깔고 앉아서 앞으로 돈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다. 거처를 마련해 정착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자신들의 누린내를 맡고 컹컹 짖는 동네 강아지들 때문에 명당을 찾아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소문난 명당을 찾아갔는데, 벌써 누군가 땅을 사서 집을 짓기 위해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에 도깨비들은 온갖 훼방을 놓으면서 땅주인을 쫓아내려고 하는데…… 도깨비들의 장난에 지쳐버린 땅주인은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팔았고, 그렇게 계속되는 도깨비의 악행에 마지막 땅주인이 된 학문을 닦은 사람이라 불리는 선비가 눈치를 채고야 만다. 야심한 저녁, 선비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깨비들과 마주하게 되고 땅주인을 가려내는 수수께끼와 내기를 맞추기로 한다. 책을 늘 가까이하는 선비와 글자도 모르는 도깨비들의 내기,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세 도깨비들은 조심스럽게 능 안으로 들어갔어요. 순간, 도깨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책책책책책책책책책책책책…. 빙 둘러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어요. 책 냄새가 확 풍겨서 누린내를 묻어 버렸어요. "대왕마마!" 세 도깨비는 대왕 앞에 엎드려 인사를 올렸어요. 대왕은 두툼한 안경을 쓰고 책을 읽고 있었어요. 용안은 맑고 온화했어요. "도깨비 귀신들이 무엇 하러 왔소?" 부드러운 목소리였어요. "답글을 받으러 왔사옵니다." "답글이라…."」- 본문 중에서

 

선비는 도깨비들에게 '인불통고금'에 대한 문답을 물어왔다. 글을 모르는 도깨비들이 그에 대한 문답을 알 리가 없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세종대왕의 능을 찾아가게 된다. <책 읽는 도깨비>는 익살스러운 도깨비들의 모습을 통해서 독서가 지닌 유익함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선비가 제시한 문제의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서 세종대왕의 능까지 가게 된 도깨비들. 그러나 계속되는 선비와의 대결에서 지고 말았으며, 이에 세종대왕은 "문답은 책을 읽고 스스로 깨우쳐야지 누구한테 얻어서 답하는 게 아니오."라고 말하면서 도깨비들에게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하여 알려주게 된다. 유일하게 글자를 깨우친 공책도깨비에게 틈틈이 공부를 하면서 책 읽기를 시작하는 고리짝도깨비와 몽당비… 그렇게 세 도깨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책 읽기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책은 우리의 마음을 닦아주는 손수건과 같다고 말이다. 책장을 넘기는 것이 곧 손수건으로 마음을 닦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책을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지만, 책을 어떤 수단이 목적으로만 여겨서는 제대로 된 독서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본다. 물론, 독서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행해야 할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독서의 의미에 대해서 너무 깊이 파고들면 현실과 대립되는 높은 이상 추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독서는 실용적 지식습득이 우선시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아실현에 있다고 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도깨비들 역시 선비와의 대결에서 이기기 위한 단기적인 책 읽기에 주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독서가 지닌 본질에 근접하게 되었으며, 마침내 자신들의 가치관을 바꾸기에 이른다. <책 읽는 도깨비>는 도깨비들이 보여준 책과의 만남을 통해서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평소 책 읽기에 서툰 성인에게도 희망의 길을 제시한다. 바로 독서를 향한 첫걸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도깨비들은 선비가 돈이 없어서 도서관을 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의 돈을 모두 선비에게 주면서 "부디 이 자리에 번듯한 도서관을 지으시오."라는 말을 한다. 책의 소중함을 들려주는 <책 읽는 도깨비>의 아름다운 마지막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