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프랑켄슈타인 가족>

글쓰는서령 2011. 11. 16. 21:33

 


프랑켄슈타인 가족

저자
강지영 지음
출판사
자음과모음 | 2011-1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같은 자리를 아파본 그들, 가족이 되다!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나석은 현관 앞에 선 엄마를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그러곤 엄마의 발등에 점점이 떨어진 주황색 얼룩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주전자 주둥이를 그리로 가져갔다. 나석의 엄마는 뒤늦게 아들의 다음 행동을 눈치챘지만, 도망치기엔 늦어버렸다. 방금 전까지 펄펄 끓던 보리차가 그녀의 발등으로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찰찰찰 떨어졌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상처받은 영혼, 그러나 사람들은 우리에게 정신이상자라는 낙인을 찍어주었다.

목장갑과 마스크는 필수, 철두철미하게 외부세계의 세균과 접촉을 차단시키는 강박증 환자인 나석, 과대망상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여자 라희, 첫째로 태어나 생일, 형제, 한쪽 불알까지 온갖 홀수 공포증에 시달리는 제일, 다중인격장애 임만, 대중목욕탕에 대한 트라우마로 잊혀진 배우가 될 지경에 놓인 여배우 가인, 섭식장애를 겪으면서 가족 간의 소통이 단절된 미아에 이르기까지 <프랑켄슈타인 가족>에는 평범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는 정신과 전문의 김인구 박사가 있다. 김 박사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와 면담을 하면서 정신분석학적 이론에 근거한 행동요법과 약물치료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특수한 질병으로 분류되는 그들의 외적인 병세에만 치중한 나머지, 상처가 시작된 내면을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못한다. 김 박사에게 그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에게는 아름다운 부인과 총명한 딸이 있었고, 자신의 넉넉한 수입으로 가정의 안정과 행복을 지켜내고 있음에 삶의 만족도는 급상승중이었다. 그러나 김 박사에게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의 부인이 커밍아웃을 선포하고 만 것이다. 소문은 서서히 퍼지기 시작하여 결국 김 박사는 퇴직을 결심하고 가족을 위해 지어놓은 별장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과속 단속 카메라의 플래시가 다섯 번이나 터지고 나서야 그들은 김 박사의 전원주택이 있는 가평 수양리에 접어들 수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여섯시 오십구분 사십이초, 자옥한 먼지바람과 함께 수상한 여섯 남녀가 김 박사의 전원주택 앞에 당도했다. 차가 멈추자마자 네 개의 차 문이 열리고 불난 강변에 덴 소 날뛰듯 여섯 남녀가 현관으로 뛰어갔다. "잠깐만요. 김 박사님 앞에서 꼴사납게 드잡이하지 말고, 일단 여기서 진료 순서를 가리고 들어갑시다."」- 본문 중에서

 

김 박사에게 꾸준히 치료를 받아온 여섯 남녀, 그들은 김 박사가 퇴직했다는 소식을 듣고 별장을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김 박사는 다단계 판매사원에게 붙잡혀 감금당하게 되는데… 김 박사가 고용한 괴짜 정원수가 별장을 엉망으로 만들어놓던 와중에 여섯 남녀는 김 박사의 가족 행세를 하면서 별장을 지키게 된다. 저마다 가슴 깊숙한 곳에 상처를 지니고 살아온 여섯 남녀, 그들은 서로 다른 모습에 이질감과 연민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강박증에 시달리던 사람도, 섭십장애, 다중인격장애를 지닌 사람도 모두 자신의 못난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서로 부대끼면서 닫혔던 마음의 문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들은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자신이 보고 느꼈던 온갖 상황과 감정이 교차하면서, 그것은 '나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프랑켄슈타인 가족>은 별난 사람들의 우글거림이다. 그러나 그 별남과 우글거림이 한 곳에 어우러져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치유의 빛이 되었다. 우리는 그저 매일 평화로운 일상을 사는 듯하지만, 어쩌면 모두 마음속에 상처를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여나 그 상처를 누군가에게 들켜서 자신이 소외당하지는 않을까, 자신이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고 있는지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비록 누군가의 숨겨진 상처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진심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그 상처를 계속 덧나게 만드는 것은 바로 편견에 사로잡힌 세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