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 많은 손>
재주 많은 손(머리에서 발끝까지)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또 있지. 바로 입으로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 이들이 손으로 하는 말을 '수화'라고 해. 보통 우리가 하는 말에서 말꼬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데 따라서, 또는 억양이나 말투에 따라서 말뜻이 달라지듯이 수화에서도 손의 높이나 손가락을 펴고 쥐는 정도에 따라서, 또 얼굴 표정이나 몸짓에 따라서 말뜻이 달라지게 된다고 해. 아주 간단한 수화 몇 가지 배워 볼까?」- 본문 중에서
씨를 뿌리고 농작물을 수확하는 일,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을 단정히 입는 것, 글씨를 쓰고 문을 열고 닫는 것, 화장을 하거나 물건을 줍고 청소하는 모든 행위들…… 또한 범죄현장에서 범인을 추적하는데 유력한 단서가 되어주는 것, 때로는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고 짖꿎은 아이들에게 꿀밤을 먹이기도 하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손수 뜨개질을 하여 따뜻한 목도리와 장갑을 선물하게끔 도와주는 것, 바로 우리의 손이다. 이처럼 손으로 할 수 있는 일, 손이 하는 일, 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 셀 수 없을만큼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가지런히 뻗은 열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기분이 묘해지는 건 왜일까? 알록달록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에 앙증맞은 반지를 끼어주면 손가락이 한층 돋보이면서 아름답게 빛이 난다. <재주 많은 손>은 아이들에게 손의 역할에 대하여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다섯 손가락의 역할, 사람과 비슷한 손가락을 가진 유인원을 소개, 또는 지문과 손금에 대한 설명, 손톱으로 알 수 있는 건강상태, 손의 감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하여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어릴 때 잠깐 손바닥에 의지해 기어다닐 뿐, 그 때만 지나면 손은 걷기에서 완전 해방이야. 그러다 보니 이 노는 손을 써서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고 여러 활동을 하게 된 거지. 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손이잖아. 그러니 손이 없다면, 지금 우리가 즐기는 예술과 문화는 없었을 거야. 늙으면 손을 다시 걷는데 이용한다는 거 아니? 지팡이를 짚거나 보조 기구를 이용하는 건 손에 몸무게를 일부 싣고 걷는 거야. 자, 이제 손이 얼마나 영리한 일꾼인지 알겠지?」 본문 중에서
<재주 많은 손>은 아이들에게 신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법한데, 손의 역할과 기능을 아주 작은 것에 큰 것까지 두루 살펴보는 시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손으로 커다란 하트를 만들어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선물하고, 사진기를 향해 깜찍한 자세로 승리의 브이 자를 만들어보며, 세상에서 아빠가 최고라는 표시로 듬직한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자. 자녀와 함께 읽으면서 손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