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서령 2011. 7. 14. 12:32

 


도서관 여행

저자
권희린 지음
출판사
네시간 | 2011-06-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도서관에서 재미를 찾다!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은, 멀리 찾아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책 읽는 사람의 보금자리, 돈 한 푼 없어도 마음껏 쉬어갈 수 있는 곳, 열심히 발품을 팔지 않아도 세상의 소식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아마도 '도서관'일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색을 즐기는 이미지로 많이 그려지는 것 같다. 조용한 도서관이 답답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굳게 다문 입, 이따금 몸을 좌우로 가볍게 흔드는 경우는 있어도 절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그게 바로 '독서삼매경'에 이른 것인가! 그동안 내가 자라온 환경을 떠올려보면 항상 내 주위에는 책이 있었다.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가는 날이면 꼭 서점에 들러서 책구경을 하고 왔던 기억이 난다. 책 냄새가 좋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책 자체를 감상하던 나였다.

 

이번에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참 반가운 친구를 알게 되었다. <도서관 여행>이라는 책인데, 여기에는 도서관 자체를 다양한 요소로 나누어서 재미있게 소개한 내용이 풍부하다. 휴게실, 잡지 코너, 대출, 밤새워 책 읽기, 서가, 독서 취향, 독서 메모장, 책 고르기, 어린이 열람실, 책 기증, 마감 시간, 도서관 소파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유명한 독특한 도서관을 소개하는 부분도 나온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대출목록의 도서명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도서관을 가지고도 책 한 권이 나오는구나!

 

 

 

 

「도서관에서의 보물은 또 있다. 바로 마음을 울리는 글귀를 담은 책이다. 남들 다 아는 그런 내용 말고, 남들 다 이야기하는 그런 진부한 글귀 말고, 진짜 어디서든 써먹기도 좋고, 나 이런 책 읽는다, 한번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런 책 말이다. 간혹 책을 고를 때 스스륵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넘기다보면 재미있는 소제목이나 언어 표현, 그 작가만의 익살스런 표현이나 감동적이고 따뜻한 언어들이 눈에 띌 때가 있다. 그때는 다른 어떤 때보다 바빠진다. 휴대폰이나 가지고 온 독서 메모장에 적는다.」- 본문 중에서

 

저자의 도서관 사랑은 끝이 없다. 아마 죽는 날까지 도서관과 함께 하지 않을까?

편견을 깨라!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이 아니다. 친구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는 곳, 쏟아지는 잠을 쫓아내는 자판기 커피의 매력을 유일하게 만끽할 수 있는 곳, 칸막이 너머로 열공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독서실이 있는 곳, 노란 단무지와 김치가 무한 리필이 되는 식당에서 먹는 따끈한 라면 한 그릇의 진미! 진정한 잡학 다식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잡지 코너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라는 것! 출판저널 6월호에서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정하려는 다양한 독서인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독서운동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는 듯한데, 아직도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독서율은 급격히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읽으면 대단하게 취급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도서관 여행>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책이라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서관'을 테마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별하게 와 닿는 부분이 없지 않겠으나,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책을 빌려 가고 잠시 쉬어가던 공간으로 인식했던 도서관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도서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제목을 신선하고 재미있게 지어놓았을까. 한참을 마음 속으로 동요하다보면 책 내용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제목 때문인지 어느새 내 손에는 그 책이 들려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 그 즐거움이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겨보게 한다.」- 본문 중에서

 

 

「혼자 영화 보고 싶은 날, 도서관 열람실에서 영화 한 편 보는 건 어떨까?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러닝타임 시간 내내 그 넒은 공간에서 나 혼자 영화를 마주하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다. 간혹 공포영화에서는 나 혼자의 발길질, 손의 떨림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건 뭐 영화관도 마찬가지이니 패스. 대신 조용한 열람실이니만큼 소리를 지르면 안된다. 간혹 혼자라는 생각에 탄식, 비명소리가 나올 수도 있으나 내지른 후에 돌아올 민망함은 혼자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본문 중에서 

 

 

 

 

도서관에서 책을 잘 골라야 도서관에서의 하루가 즐겁고 집에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어쩌면 나는 책을 고르는 순간에도 욕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거대한 도서관에서 좋은 책을 찾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최대한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한 권의 책을 꺼내는데, 나와 성격이 맞지 않은 책일 경우에는 괜히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건 책을 향한 편식의 함정과도 같은 것, 나와 맞는 책만 찾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던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눈이 즐거워야 마음도 편안하고 마음이 편안해야 책의 내용도 눈에 들어온다. 내용이 조금 부실하다 해도 디자인이나 제목에서 오는 느낌이 내게 새롭고 즐겁다면 그것은 나에게 좋은 책이다."(p.121)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그런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마음이 먼저 편안해야 전체적으로 잘 흡수되는 편인데, 겉모습에 현혹되어 선택한 책에 실망한 적이 몇 번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여튼간에 <도서관 여행>은 나의 책 읽기 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