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꿈꾸는 간디학교 아이들>

글쓰는서령 2011. 6. 15. 15:05

 


꿈꾸는 간디학교 아이들

저자
양희규 지음
출판사
가야넷 | 2005-07-1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대안교육의 개척자이자 '간디학교'의 교장인 저자 양희규가 간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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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도 아니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아왔다는 명백한 증거조차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특별한 사람들의 학창시절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그들은 전형적인 학교 시스템과 교사의 학습법에 대하여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스스로 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인간이 사는 동안 반드시 거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학교다. 그 시기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황금같은 순간의 연속이며,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마음껏 펼쳐질 수 있게끔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하는 시기다. 앞으로 살아야 하는 날이 무수히 많이 남았다고 느껴지겠지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속에서 만나는 교사와 친구의 성향은 물론이거니와 학교장이 추구하는 교육이념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하나로 묶여서 청소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 모든 영향의 양질을 꼼꼼히 따져보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받게 되는 청소년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가. 학교와 가정이 청소년을 가운데 앉혀놓고 심한 압박감을 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들이 정작 원하는 것은 따로 있는 데 말이다.

 

지금 이 글 자체가 학교를 부정적으로 몰아간다는 뉘앙스를 풍길지도 모르겠으나, 지극히 소수의 학교만을 제외한 대다수 학교가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상실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일찍이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내지 않았다. 말 수가 너무나 적어서 존재감 자체가 없었던 소심한 모습, 항상 교과서에 없는 엉뚱한 질문과 답을 요구해서 교사를 당황케 하고 공부는 하기 싫었지만, 유난히 한 가지에 몰입했으며, 학교 교육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스스로 독학을 결심한 사람도 있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탈과 비행을 일삼으며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도 있었는데, 그들의 현실에 대하여 비난과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조차도 그들의 미래마저 예견할 수는 없었다. 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했다는 것만으로 인생의 전부를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꿈꾸는 간디학교 아이들>은 청소년이라는 개념에 아이들을 묶어두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지녀야 할 품성과 마음가짐을 우선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대안교육의 뿌리, '간디학교'의 교육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그동안 사회가 정립한 청소년 교육의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청소년 교육을 전공하는 나에게는 유익한 책이었다. 앞으로 청소년 지도자로서 지녀야 할 자질에 대하여 생각하게 됨과 동시에 진심으로 나는 청소년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청소년지도자의 길이 나의 적성과 일치하는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기 이르렀다. 누군가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는 자체는 참으로 신중하고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하물며 청소년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체험한다. 간디학교의 설립자인 양희규 교장은 이렇게 말한다.

 

 

 

 

「간디학교는 '행복한 학교'로서 출발했다. '교육이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간디학교의 교육 철학이고 간디학교의 존재 이유이다. 그런데 이 땅에는 많은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대학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고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한다. 어른들은 공부는 싫어도 해야 하고 시험, 숙제, 석차, 성적표도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필요악 내지 통과 의례라고 말한다. 하지만 니일은 이런 것 없이도 인간은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60여 년의 교육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이 땅에도 행복한 학교가 존재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본문 중에서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죄를 짓고 있다. 신은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과 놀이를 선사했지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서 그것들을 모두 빼앗아 버렸다. 무엇을 위해서일까? 지나간 세월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놀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만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교육의 본질을 망각한 학교 교육, 정말 무엇이 문제인가?

학교에서 엘리트 대접을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학교에 진학하고 사회적 지위와 재력이 충만한 기업에 입사하여 비슷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자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는 한 사람의 인생이 정녕 아름답게 보이는가?

이게 바로 우리 청소년이 꿈꾸는 인생인가.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면 결론은 이렇다. 아무리 애지중지 키우고 좋은 학교에 보내서 품격 높은 교육자 앞에 앉혀놓아도 결국은 개인의 인생이다. 사람이 먹고 사는데 그리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난지 오래되었다고 하는데, 꼭 개천에서 용이 될 필요가 있으며 개천 아닌 곳에서 용이 되면 도대체 얼마나 잘나신 인물이 되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존재하는지를 묻고 싶을 따름이다. 그래서 그 용이 되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는 곳이 학교가 되었고 그 기능이 하나의 수단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은 얼마나 부당한가에 대하여 말하고 싶다.

간디학교의 아이들은 축복받은 것이 아니라, 그 축복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 위한 자격을 얻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