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몰래 할머니 몰래>
아빠 몰래 할머니 몰래
일찍이 대중매체는 아이들의 인식에 깊숙이 자리 잡고 사회적 지위, 신분, 권력에 대한 허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최고급 명품으로 치장하고 시상식과 각종 무대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모습, 부잣집에서 태어난 사람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의 성장 과정, 호화로운 생일잔치를 열어주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는 장면, 부모님의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 교사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학생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한쪽으로 치우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곳이기 때문에, 극과 극에 처한 현실을 인식하게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교육적 의미라고 하기에는 아직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지나친 선입견을 가지게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은 부의 상징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고급 외제차, 명품, 유명브랜드의류와 신발 등으로 사람의 품격을 판단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언제부턴가 아빠는 누군가 쓰다 버린 폐지를 줍기 시작했어요.
길을 걷거나 운전을 하다가도 폐지가 보이면 차를 잠시 세우고 주워오는 아빠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이는 민지, 게다가 차 안에서 퀴퀴한 냄새까지 진동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밤 10시가 되었고 민지의 아빠는 가족들이 잠든 사이에 집을 나선다. 민지는 아빠가 도대체 어디를 가는 것인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그래서 아빠의 차에 몰래 타서 숨는데…….
「아빠 차는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동안 달렸어요. 그리고 얼마 후 어둡고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어요. 여기가 어디일까요? 아빠가 차 문을 열고 폐지를 하나씩 내리기 시작했어요. 큰일 났다. 이제 어쩌지?」- 본문 중에서
아빠는 할머니가 싫었어, 동네 아이들은 할머니를 보면 "망태 할멈~ 망태 할멈~" 하면서 놀려댔지.
아빠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민지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비닐포대를 허리에 달고 빈 병을 주우러 다니셨던 할머니를 창피하게 생각했던 철없던 시절에 대하여, 매일 밤이 되면 '아이구 허리야, 아이구 힘들다' 하며 힘들어하시는 소리마저 듣기 싫었던 것, 그래도 아빠의 생일이 되면 꼬깃꼬깃해진 돈을 손에 꼭 쥐여주셨던 할머니의 마음을 어른이 되서야 깨닫게 되었다고 말이다.
「"아빠, 폐지 줍는 할머니는 어떻게 아셨어요?" "비 오는 날 밤에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할머니를 봤어. 차들이 쌩쌩 달리는데 너무 위험해 보여서 아빠가 리어카를 끌어 드렸지. 할머니는 고맙다며 손을 꼭 잡고 누룽지사탕 한 움큼을 쥐어 주시더구나. 아빠의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본문 중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돕기 위하여 아빠와 민지는 오늘도 열심히 폐지를 줍는다.
<아빠 몰래 할머니 몰래>는 아이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제공한다. 특정 직업에 대한 선입견을 아이들이 떨쳐버리기를 바라는 측면, 자식을 위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끔 돕는다. 그리고 주변에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어려움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