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고독한 독백이 울려 퍼지는 외로운 보금자리에서 세월과 함께 늙어가는 노년의 빛바랜 삶, 억수처럼 쏟아지는 빗줄기조차 그들의 쓰라린 마음을 대변해 줄 수는 없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빛의 속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와 더불어 현대인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한 디지털문명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부가가치와 삶의 질을 높여놓았다. 발달의 표적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젊은 세대에 맞추어지는 듯하다. 그들은 어제 누렸던 기쁨과 오늘과 내일 누릴 기쁨의 격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좋아하는 듯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대 속에 합류하지 못하고 점점 위축되어 낙오자가 되어버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까?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극심한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렸던 수많은 사람이 바로 지금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있는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이다. 사회는 복지국가의 이상 실현을 위하여 보다 많은 이가 혜택을 받고 노인인구의 증가로 말미암아 아름다운 노후를 맞이할 수 있게끔 하겠노라 말하고 있지만, 정작 혜택을 받아 마땅한 사람의 현실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철저히 조사하고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물론 지역의 복지기관에서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으로 활동 중인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한 독거노인을 찾아가는 방문시스템, 전기와 가스 안전점검, 세탁물관리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로 하는 곳을 구석구석 찾으며 돕고 있지만, 그것은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의 불편함을 덜어내는 일에 그치는 것, 독거노인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은 없을까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라는 책이다.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 중인 저자가 독거노인 열두 명의 삶을 취재하여 엮어낸 책이다. 공공근로와 폐지 줍기로 벌어들인 수입을 생활에 보태고자 잠시도 쉴 수 없는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 어떤 이는 한 달 수입이 고작 노령연금 8만 4천 원이 전부였다. 난방비를 아끼고자 보일러도 켜지 않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방에서 기나긴 밤을 보내는 것.
혼자 살기를 자처한 독거노인, 자식들에게 외면당하여 혼자가 된 독거노인의 모습은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릴 만큼 안타까웠다.
「공공근로를 하지 않을 때는 거리에서 폐지나 빈병 등을 주워다 팔아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한다. 가을에는 폐지와 함께 길거리에 떨어진 감도 줍고 은행열매도 줍고, 봄이면 공터에 올라오는 쑥이며 질경이며 나물도 뜯는다. 남들이 버린 것,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들이지만 할머니에게는 반찬이 되고 간식이 되는 소중한 먹을거리인 것이다.」- 본문 중에서
독거노인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바로 보금자리, 스웨덴은 노인 공동 주거제를 도입하여 일명 '실버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는 점, 특히 '고령자주택' 제도는 우리나라도 일부분 시행 중인지는 모르겠으나,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고령자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되어 의료서비스와 가정봉사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한다. 노인의 특성에 맞춘 전문요리점, 미용실, 발 치료실, 노인전용 이동차량도 운영 중이라고 한다. 또한, 네덜란드는 '경보체계 주택' 제도를 도입하여 수입이 낮은 노인들을 위해 집단주택형태로 운영 중이다. 독거노인의 삶에는 저마다 굴곡진 사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금에까지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
한때 인기 유망 자격증이라 불렸던 '사회복지사', 요즘은 사이버대학, 원격 평생교육기관, 학점은행제, 무시험 취득 가능이라는 장점을 내걸고 수강생을 끌어모으는 현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희소성이 날로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쉽게 취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취업을 목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사회복지라는 개념이 내포한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독거노인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 쓰인 책이 아니다. 물론, 독거노인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우리에게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면도 있지만, 고령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과 그에 발맞추어 준비하는 젊은 세대들이 무엇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사회적 무관심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기는 노인들의 우울증은 고령화의 속도만큼이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노인들의 우울증은 대부분 경제상태와 건강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다보니 직업이 없고 사회적 지위가 낮으며 경제적으로 빈곤한 처지에 있는 독거노인들의 우울 정도는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노인복지가 '밥'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문 중에서
독거노인의 삶에 과감히 뛰어들어 몸소 느끼고 깨달은 바를 이렇게 책으로 집필한 저자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이만큼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 때문이었노라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이 악물고 일어나서 앞장서야 할 것이다. 진정 복지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둠에 가리어 잘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빈곤층과 독거노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인간적인 유대감부터 준비하기를, 그것이 차가운 방에서 외로이 생을 마감하는 노년의 고독사를 막는 길이며, 추위와 배고픔을 달래주는 것만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심리적인 안정감과 더불어 살고 있다는 소속감을 지닐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국가의 몫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