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아동도서 리뷰

<길 잃은 도토리> : 아이들에게 친구의 소중함을 알려주세요!

글쓰는서령 2011. 5. 11. 11:35

 


길 잃은 도토리

저자
마쓰나리 마리코 지음
출판사
청어람미디어 | 2007-04-25 출간
카테고리
유아
책소개
제32회 일본 아동문예상 신인상 수상작! 『길 잃은 도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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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에게는 작은 마스코트가 있었다. 나와 비슷한 옷을 입혀놓고 늘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녔던 꼬마 녀의 모습을 한 인형이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는 항상 말동무가 필요했다. 그때는 어쩜 그리도 동생과 자주 싸웠는지 사이좋게 지냈던 날이 열 손가락 안에 다 채워지지도 못했던 것 같다. 손수건에 물을 적셔서 인형의 얼굴을 닦아주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나 다. 그 시절에는 누구에게나 말동무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아빠, 엄마한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비밀친구. 사물을 의인화시켜 나의 소망을 한 름 담아서 표현하고자 했던 걸까? 그렇게 오랜 간을 함께 보내던 인형을 잃어버리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더 예쁜 인형을 사준다고 하셨지만, 그간 정이 많이 들었던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울기만 했다. 인형의 존재가 사라질 무렵, 더이상 인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친구를 찾아 나섰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말동무, 친구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면 <길 잃은 도토리>를 읽어보자.

 

코우는 언제나 가방 속에 도토리를 가지고 다닌다. 도토리의 이름은 '토리', 코우가 직접 붙여준 만큼 도토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코우의 가방 속에는 토리를 포함한 도토리가 풍성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연초록 들판을 함께 뛰어다니고  비가 오는 날이면 토리의 머리 위에 작은 달팽이 한 마리를 올려놓고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장난을 치는 코우. 이따금 물속에서 첨벙첨벙 헤엄이라도 칠라면 토리는 그저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코우의 모습을 바라보고 마냥 행복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가을이 되자 코우는 도토리를 줍느라 정신이 없어요. 도토리가 가득 든 가방 속에서 내가 그만 떨어져 버린 것도 모르고 있어요. 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코우는 허둥지둥 나를 찾고 있어요. 휘잉 바람이 불어와, 커다란 나뭇잎이 나를 감춰 버렸어요. 나뭇잎 속에서도 코우가 보여요. '코우, 나 여기 있어요. 여기 있다고요!' 하지만 코우는 나뭇잎 속의 나를 보지 못해요.」- 본문 중에서

 

 

 

 

코우는 토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만약, 코우가 찾지 못한다면 토리는 어떻게 되는 거에요?

<길 잃은 도토리>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코우와 토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코우가 토리를 잃어버림과 동시에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걱정과 불안감으로 가득해진다. 나뭇잎 속에 파묻힌 토리는 자신을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코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이 책은 아동에게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도 친구를 만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많은 시간이 흘러 토리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바로 도토리나무다. 코우와 함께 했던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무럭무럭 성장하여 도토리나무가 되어 독자에게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씩씩한 소년이 된 코우는 토리의 앞에 나타난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사박사박사박 코우의 발소리가 다가왔어요. 나는 화들짝 놀라, 가지와 이파리를 서걱서걱 흔들어 투두둑 도토리를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코우는 도토리를 한 톨 주워 엉덩이를 물끄러미 보았어요. 이제 내 표시는 없어요. 하지만 천천히 얼굴을 들어, 나를 쳐다보더니, "토리?"하고 물었어요.」- 본문 중에서

 

문득, 이 책을 읽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올랐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으나,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교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서정적인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읽는 이로 하여금 코우와 토리의 아름다운 우정 속으로 퐁당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에게 '자연 속 친구 만들기', '친구와 우정'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독서지도용 책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