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지마!>
책제목 : 회사 가지마!
지은이 : 정수은
출판사 : 초록우체통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보면 사회적 배경과 빈부격차에 따른 소득불평등,
교육수준의 차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이 나오기 마련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나타나는 허와 실의 양극화 현상도 중요시되고 있지만, 보다 실질적인 문제는
맞벌이 부부로부터 본의 아니게 소외된 아이들, 즉 양육문제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의 출퇴근 시간에 맞춘 야간 어린이집도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 더 나아가 핵가족화 현상, 홀로 떨어져 생활하는 기러기 부모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회사 가지마!>는 직장 여성이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엄마의 입장과 아직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아동의 입장을 보여줌으로써 맞벌이 부부가 처한 현실을
대변해주는 내용이 간결하게 담겨 있다.
등장인물의 뚜렷한 표정과 심경변화가 그림을 통해서 생동감 있게 드러나 있기에,
독자로 하여금 짧은 내용이지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화가 되리라 생각된다.
부모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 또한 아이의 입장에서는 부모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제공한다.
「엄마는 회사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도 할 일이 참 많아.
민규 놀이감을 정리하고 저녁 먹은 설거지에 빨래까지 하고 나면
어느새 열두 시가 훌쩍 넘어 버린단다.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 민규가 소풍가서 먹을 도시락을 준비했어.」-본문 중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엄마의 관점에서 표현된 부분이 많다는 점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현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설명하는 것을 떠나서 오로지 아이를 위해서 부모가 희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듯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느낀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책을 읽는 독자의 대상을 고려하여 책의 마지막을
조금 더 따뜻한 느낌으로 장식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부모의 빈자리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공허함과 슬픔으로 다가오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며,
<회사 가지마!>는 독서를 통한 아이의 심리치료에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