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
책제목 : 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
지은이 : 오순정
출판사 : 매직하우스
인간의 삶을 가만히 관찰하다보면 하나의 축이 되어주는 소실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정신적 낭만을 가장한 우리의 가치관, 이상 세계를 번성시키고자하는 욕망인지도 모르겠다.
그 무엇을 통해서 인간이 자손을 번식하여 저마다의 삶을 끊임없이 불멸한 것으로 확장시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 원형 상태가 없듯이 인간적인 삶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근본이 성립되어야 한다.
기나긴 세월 속에서 하나의 자리를 섭렵한 역사의 한 귀퉁이를 통해서,
또는 하나의 승리를 일구어 낸 인물을 통해서, 때로는 그 어떤 조약과 시간의 구속 없이 스스로 편찬한
이 시대의 탐스러운 책을 통해서 구할지라도 우리는 삶을 꿰뚫어보는 본질의 첫 계단이라도 밟아보아야 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아직 정식으로 접근하지 못한 그 비극을 <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찾아가게 되었다.
신과 천사들에게 빼앗겨버린 철학을 인간에게 되찾아주려 했던 셰익스피어의 철학적 접근이라고 해야 될까.
「정의롭지만 우직한 안토니오, 온화한 아버지이자 당당한 카리스마의 리어왕,
순수한 바보 햄릿,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정의의 사나이 오셀로,
누가 보아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것만 같은 이 남자들이 모두 필자와 같은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아니었던가.」p.319
<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가 독자에게 제공하는 간접적인 비극적 플롯을 통해 이성과 비이성이 대립하는
현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존재할 권리, 살아야 할 권리의 형평성에 대하여 번뇌할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그것은 무지몽매한 인간이 정립한 틀, 돈, 땅, 욕정, 명예, 권력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삶의 조각들을 재조명하는
성찰의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죽음의 딜레마와 씨름하는 햄릿의 고뇌를 적어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죽는 것은 잠드는 것, 만일 잠으로써 씨름과 수천가지 숙명적인 인간의 고통을
잊을 수만 있다면, 그거야말로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최상의 가정일 것이다.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잠이 들면 꿈을 꾸겠지. 아, 그것이 괴롭다.
이 세상 온갖 번민으로부터 벗어나 잠 속에서 어떤 꿈을 꿀 것인가를 생각하면
망설여질 수밖에. 이와 같은 망설임이 있기에 우리는 비참한 인생을 참으며
살아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 세상의 채찍과 조롱을,
무도한 폭군의 기 동을,
우쭐대는 꼴불견들의 치욕을, 버림받은 사랑의 아픔을, 느려터진 법률을,
관리들의 불손을, 선의의 인간들이 불한당들로부터 당하는 수많은 모욕을 어찌
참아나갈 수 있단 말인가.」 - 책의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