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서령 2011. 2. 24. 23:56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이 오직 글로서 당신과 소통하려고 한다. 당신은 소녀의 어감을 상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소녀는 어느 지점에서 잠시 숨을 멈추는지에 대하여 궁금할지도 모를 일이다. 소녀가 사랑하는 단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침묵을 가장한 소녀의 울부짖음은 단 한 사람의 눈동자에 스며드는 단 한 줄의 문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 언젠가 밑줄을 긋는 소녀가 있었다. 그리고 사선으로 일구어진 광란의 여백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었다.

그것은 소녀가 미처 감추지 못했던 단 한 권의 일기장, 아니, 마지막 일기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소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사람들의 두 눈에서 탄식에 젖은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음을 보았다.

'나는 침묵으로 말하고 싶어요.' 마지막 안식처에 새겨진 소녀의 침묵마저 모든 걸 숨기고 있다.

당신은 지금 침묵하고 있는지. 소녀는 관통하는 법을 깨달았다. 그것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더이상 신세계를 구축할 여지가 없음을 소녀가 알아버렸다.

광란의 도가니가 되어버린 소녀의 일기장이 나에게로 왔다.

이제는 조금씩 일기장을 공개하려고 하는데‥‥ 당신,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는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소녀와 내가 하나가 되어 나타날 그 순간까지 기다려주었으면 한다.

 

 

 

 

 

 

-書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