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글쓰는서령 2011. 2. 6. 18:43

 

 

 

책제목 :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지은이 : 황주리

출판사 : 생각의 나무

 

 

 

 

 

언제나 깊은 전율을 주는 책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 발견하게 되는 법인가 보다.

어쩌면 감추어진 참모습을 발견하는 힘이 적었던 나 자신의 부족함인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의 모든 책은 거대한 진리가 산산이 흩어져 우리의 가슴에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나는 수필집이 좋다. 인간미가 넘쳐나기 때문일까.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라는 나의 정서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책이다. 책 제목이 좋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책의 모든 것이 좋아졌다. 이 책은 알고 있었나 보다.

자신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미래의 독자가 얼마나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말이다.

여백을 남겨두는 작은 배려에 감사함을 느끼며, 나는 글을 읽은 다음에 나의 느낌을 글로 적기 시작했다.

마치, 책과 소통하는 시간이 찾아온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화려한 색감과 자신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깃든 회화세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록,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동자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저자의 아름다운 감성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미 자신 안에 내재된 이 감성의 틀을 타인에게

  들어붓는 행위다. 그 대상이 꼭 여자나 남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자식일 수도 있고 예술이나 종교, 남을 돕는 일을 향한 열정일 수도 있다.

  무서운 것은 자신 안에 내재된 그 사랑의 잠재력이다.

  그 잠재력을 지니고 우리는 테레사 수녀가 될 수도 있고,

  화가가 되거나 시인이 될 수도 있다.」p.61

 

 

   

저자의 그림 속에는 미처 글을 통해 표현하지 못했던 자잘한 감성이 베여 있다.

또한,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이 글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여행도 그렇다. 한 번 가본 장소가 처음 가본 장소처럼 낯설 때가 있다.

  읽은 책의 인상적인 구절에 빨간 줄을 그어놓은 것처럼,

  여행길에서 찍은 사진의 존재는 그곳을 여행했다는,

  그 책을 읽었다는 물질적 증거로 남는다.

  두 번째 가본 여행길과 두 번 읽은 책의 차이는 무얼까?」p.107

 

 

 

처음과 끝이 한결같이 곱고 예쁜 책이다. 그건 아마도 저자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도시적인 회화기법과 우리의 정서를 장식하는 저자의 글을 통해서 또 한 번 마음을 치유하게 되었다.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는다는데, 그래서 나의 발에도 조금씩 흙이 묻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