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대>
책제목 : 길 위의 시대
지은이 : 장 윈
출판사 : 자음과모음
우리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겹겹이 쌓여가는 세월의 더께만큼 지평을 넓혀가는 그곳,
우리가 함께 걷고 있음을 망각하지 않도록 스스로 존재의 빛을 발하는 그곳은 바로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다.
우리는 말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심연의 통증을 그 무엇에 빗대어 토해내고 있을까.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살다 보면 서로에게 물들어가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은 저마다 지닌 고유한 매력에 동화되어가면서 때로는 하나가 되는 경험을 만끽하기도 하는 것이다.
삶이 펼쳐놓은 공간 속에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깨달음의 이치가 숨겨져 있다.
우리는 무심코 마주치는 작은 만남과 현상 그 모든 것의 존재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걷고 있는, 잠시 멈추어 있는 길목에서 마주하는 모든 존재를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길 위의 시대>는 천샹과 예러우 두 여자의 삶에 찾아온 시적 낭만주의를 가장한 비극적인 인간애를 그려낸 책이다.
시(詩)를 사랑했던 여인에게 찾아온 시인 망허는 그 짧은 순간에 너무나 긴 지옥 같은 사랑을 남기고 떠난다.
이 책의 시발점이 되는 시(詩)와 길의 연관성을 유추하는 시간은 나에게 책 내용이 전개되면서
은연중에 표출된 우리가 처한 현실의 양극성을 느끼게끔 만들어주었다.
사실상 책의 줄거리는 특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독특한 성향을 지닌 주인공을 등장시켜
그로 하여금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떠한 환경과 심리적 요소를 곁들여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느냐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처도, 방향도 없이 무작정 걸었다. 앞뒤 분간조차 할 수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허짓허짓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스쳐 지나가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죄악과 상처,
기만이 그녀와 어깨를 부딪치고 지나갔다.」p.201
평범했던 그들에게 저마다 걸어야 할 길이 주어진 셈이다.
그리고 하나의 역사가 시작되고 그것이 그들을 대표하는 시대가 되었다.
비로소 길 위의 시대가 시작된 것,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은 아닐까.
<길 위의 시대>는 서정성이 돋보이는 친화적인 요소를 독자의 심리에 투영시킨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삶의 낭만에 대하여, 고결한 사랑과 생명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단조로움이 아닌 길을 걸으며, 하나의 시대를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